◇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은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고 알리며 이 책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19세기 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출현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셈이다.

그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이미 우리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에 변혁을 가하고 있으며 21세기 전반부에 걸쳐 신규 사업과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한편, 환경 지향적인 사회를 정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서히 진화해온 강력한 기술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의 3D프린팅 및 에너지 프로슈머들을 만들어 냈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은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물류 인터넷이 결합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21세기 전반기에 걸쳐 글로벌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십억개에 달하는 센서가 모든 기기와 전기 제품, 기계, 장치 및 도구 등에 부착되며 경제적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로 모든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고 있다.
리프킨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전조는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돌풍을 일으키는 ‘공유경제’ 실험들이다. 현재 미국인의 약 40%가 협력적 공유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와 3D프린팅 사례 외에도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을 통해 서로 자동차와 집, 심지어 옷까지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렇게 공유되는 차량 한 대는 개인 소유 차량 열다섯 대를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 또 수백만의 아파트 거주자들과 주택 보유자들이 에어비앤비나 카우치서핑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거주지를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수백만의 여행객과 공유하고 있다.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이러한 전환은 새 상품이 시장에서 현격히 덜 팔린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원도 덜 사용되며 지구 온난화 가스도 대기 중으로 덜 방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의 돌진과 공짜 수준의 녹색 에너지 및 기본적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공유의 확대가 곧 생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성취하는 최적의 지름길이 된다는 말이다. 리프킨은 제로 수준의 한계비용을 향한 추진력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립하기 위한 궁극적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펴냄.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