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이용률은 73%로 전 세계에서 2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스마트 소외층을 배려한 제품보다는 아직까지 무조건 모든 기능을 제공한 고가폰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일본만 해도 장애인이나 청소년, 노년층 등 다양한 스마트 소외층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과 가격을 내세운 모델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계층을 배려한 제품은 아직 부족한 셈이다.
◇ 스마트 소외층을 위한 디지털 에이징=상대적으로 최신 IT 기기가 생소한 중장년층에게 기존 스마트폰은 어렵다. 이지모드를 지원한다지만 폴더폰과 전혀 다른 사용법 탓에 섣불리 다가서기 힘들다. 화려한 성능보다 쓰기 쉬운 단순한 사용법, 큰 자판, 튼튼한 외형과 큰 벨소리 같은 게 필요하다. 최근 피처폰을 닮은 폴더 디자인 스마트폰이 나오는 이유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가운데 8명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정보를 얻고 교류하려는 이른바 디지털 에이징을 추구하는 실버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가 선보인 와인스마트는 카카오톡이나 인터넷 뉴스 검색 등 스마트폰 기능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피처폰, 폴더 형태 2가지를 끌어와 중장년층의 디지털 에이징 길라잡이를 하는 것.
와인스마트는 피처폰 시절의 히트 요건이던 폴더폰의 장점인 물리적 버튼 공식을 그대로 들여온 스마트폰이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폴더폰이지만 폴더를 열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셈이다. 실제로 제품을 써보면 크기는 한 손에 잡힐 만큼 아담하다. 엄지로 고정한 채 중지로 폴더 사이를 살짝 찔러 올리면 간편하게 화면을 열 수 있다. 화면은 해상도 480×320을 지원하는 3.5인치다. 5인치 이상 최신 스마트폰과 견주면 턱없이 작지만 폴더폰의 장점을 가져와서 생긴 문제이고 여느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을 이용한 터치도 가능하다. 화면도 밝고 선명하다.
모바일앱 실행도 당연히 가능하다. 1.2GHz 쿼드코어와 램 1GB를 갖췄는데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화면은 작지만 돋보기 없이 화면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가로세로 3줄씩 앱은 모두 9개만 표시한다. 화면에 있는 모든 글자를 크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기능을 곁들이면 쾌적하고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화면 아래쪽에 위치한 물리 버튼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층에게 안성맞춤이다. 버튼 최상단에는 뒤로 가기, 홈, 메뉴 버튼 외에 큼지막한 숫자 키, 여기에 와인스마트의 포인트 격인 카카오톡 전용 버튼을 배치했다. 직관적이고 효율적이다. 굳이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기존 피처폰처럼 방향키 버튼을 이용하면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 홈 화면과 메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뿐더러 앱 실행이나 인터넷 서핑까지 터치가 아닌 물리 버튼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그냥 피처폰처럼 쓰면 된다. 길게 누르면 작업 관리자가 실행되는 메뉴 버튼, 카카오톡과 문자, 주소록, 앨범, 카메라 등은 모두 버튼 한번에 실행할 수 있다.
이지모드
카카오톡을 지원한다는 점, 스마트폰이라는 점, 접근하기 쉬운 피처폰 형태를 취했다는 건 스마트 트렌드에 접근하지 못했던 중장년층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요즘에는 가족끼리도 단체 카톡방 같은 것으로 자주 대화한다. 카톡에 참여한다는 건 나홀로 피처폰을 쓰는 탓에 가족간 카톡 대화에서 소외되어 있던 부모 세대가 적극적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가족끼리의 대화는 물론 손자 사진을 찍어 공유할 수도 있는 건 물론이다.
◇ 자녀폰으로도 매력적 ‘게임 중독 방지 효과도’=물론 카카오톡 전용 버튼이 이 제품의 매력 전부는 아니다. 폴더폰을 닮았지만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풀스크린 스마트폰 못지않다. 본체 오른쪽에 위치한 사이드 전용 버튼을 누르면 재빨리 반응하는 카메라의 경우 후면 800만 화소는 초점 잡는 속도가 제법이다. 해상도 2560×1704로 해맑게 웃는 손자 얼굴이나 친구들과의 나들이 풍경을 담기 충분하다.
▲ 와인스마트로 찍은 사진. 8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고 해상도 2560×1704를 지원해 나들이나 손자 얼굴 등을 촬영하기 충분하다. 초점 잡는 속도도 제법이다.
DMB와 FM 라디오 기능도 넣었다. 이전 피처폰과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연결해야 수신할 수 있다. 폴더폰 가운데 처음으로 1W 고출력 스피커를 탑재한 덕인지 음향 효과는 생생하고 벨소리도 컸다. 1W 고출력 스피커는 수신음이나 상대방 목소리가 나오는 리시버 홀 면적을 키워 시끄러운 야외나 공공장소에서도 잘 들을 수 있다. DMB 방송을 녹화하고 이미지 캡처 등 부가기능도 부족함이 없다.
DMB나 FM라디오 기능을 겸한 폴더형 스마트폰이 주는 장점은 중장년층에 한정된 게 아닐 수 있다. 스마트폰 활용도가 늘어도 DMB나 FM 라디오 기능을 찾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다. 굳이 중장년층이 아니더라도 활용도가 높다. FM 라디오는 무료해서 그냥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DMB로 방송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부층에게도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보호자 기능도 꼼꼼하게 챙겼다. 와인스마트는 사용자 상태를 보호자가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4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먼저 오랫동안 폰을 쓰지 않으면 미리 등록해놓은 보호자 폰에서 알아서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휴대폰 미사용 알림 기능. 다음으로 미리 지정해놓은 위치에서 벗어날 경우 마찬가지로 보호자에게 자동 위치 전송해주는 위치 이동 알림, 긴급 통화를 누르면 보호자에게도 위치를 전송해주는 긴급 상황 알림, 마지막으로 보호자와 통화하면 현재 위치를 문자로 보내는 내 위치 정보 알림이 그것이다. 안전지킴이 기능은 부모 세대는 물론 어린 자녀를 위한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폴더형 스마트폰을 쓸 경우 의외의 쓰임새도 기대할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청소년 중 18.4%는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다. 5명 중에 1명은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 중 44.6%는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층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기는 쉽지 않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급률 역시 64.5%를 넘어설 만큼 이미 대중화되어 있다. 결국 중독 현상을 피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 필요한 것.
폴더형 스마트폰은 이런 점에서 대화면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임에서 탈피, 자녀가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게임 중독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작은 화면 덕에 오히려 자녀가 고화질 게임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30만원대 실속 제품 찾는 젊은층도 관심=단통법 시행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보조금 탓에 스마트폰 출고가는 어느 때보다 큰 관심사다. 특정 사용자층을 겨냥해 핵심 기능만 넣고 가격을 낮춘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단순 통화나 메시지, 간단한 정보 확인이 필요한 사용자에게 고가 제품은 사치다. 와인스마트의 가격은 인터넷 기준 39만 9,300원이다. 이미 출시된 보급형과 견줘도 저렴하다. 와인스마트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이 제품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내놓은 제품이지만 소셜 등의 반응을 보면 폴더폰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는 젊은 층의 관심도가 높다. 실속형 제품을 찾는 젊은 층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 반응 중에는 폴더폰이 주는 또 다른 장점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손에 잡힌다는 점, 폴더로 화면을 보호해 외부 흠집에 강해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캠핑이나 등산 등을 즐기는 젊은 층에 적당한 폰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와인스마트는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 4.4.2를 기반으로 최적화한 UX를 제공한다. 제품 체험 기간에도 한 차례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버그 해결은 걱정 안 해도 될 듯하다. LG전자 측 역시 앞으로 혹시나 버그나 카카오톡 앱 업데이트에 따른 문제에 대한 패치 등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젠 폴더형 피처폰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폴더형 스마트폰은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이 주는 다양한 기능과 폴더폰의 장점을 두루 갖춰 휴대폰 교체를 앞둔 중장년층이나 폴더폰의 실용성을 찾는 젊은층, 대화면을 이요한 게임 중독 우려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적당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