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반도체 라인 조기 신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자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해도 여전히 비메모리 부문이 취약한 현실을 감안하면 다분히 공격적인 행보다. 일각에서는 정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임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실제 투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6일 경기도 평택고덕산업단지 현장사무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평택 생산라인이) 메모리반도체로 될지, 시스템LSI로 될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품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메모리 사업이 나쁘지 않은데다 웨어러블·사물인터넷(IoT)·자동차 등을 생각하면 시스템LSI도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며 평택 라인의 운용 방향을 여러 각도로 열어놓았다. 실제 라인을 가동하는 오는 2017년 하반기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자칫 시장에 공급과잉 신호가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공급과잉 가능성과 관련, “시장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여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공급과잉) 상황이 되면 램프업 속도 등을 조정해서 안정적으로 가져가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삼성전자가 3~4년 뒤 시황을 내다보고 지금 당장 특정 품목 양산을 결정하기는 힘들다고 풀이했다.
자연스레 급작스러운 투자 계획 발표 배경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흥·화성과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 등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고 있어 단기간 내에 생산능력이 부족하지는 않다. 수요가 늘어나는 낸드플래시 쪽은 이미 중국 시안 사업장이 2단계 투자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비메모리사업인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은 실적이 부진해 대규모 투자가 시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로서는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이날 열린 정부의 기업 투자활성화 간담회 등 정부 시책에 대응하는 성격도 강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 경기도에 따르면 남경필 도지사가 지난 8월 삼성전자 이재용·권오현 부회장을 연이어 만나 조기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 역시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시설 투자 12조~13조원 수준을 감안하면 2015~2017년 3년간 15조원은 일상적인 신규 투자 규모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이날 권 부회장이 밝힌 대로 평택 사업장이 삼성 반도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2017년 완공에 대비해 양산 품목 선정과 램프업 속도 등에서 다각적인 검토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공격적인 양산 전략이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을 훼손하거나, 반대로 거북이 걸음식 투자로 국가 경제 활성화 기대를 꺾을 수 있는 위험성을 모두 지녔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 사장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망을 낙관했다. 그는 “반도체 전체적으로는 올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면서 “(부진한) 시스템LSI 부문은 열심히 하고 있으며 조금 시간이 지나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우리의 투자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계획에 맞춰 시장을 따라가는 행보”라고 덧붙였다.
※자료:삼성전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