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부의 `언론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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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육 축소 논란 탓일까. 요즘 교육부를 취재할 때마다 높은 ‘불통의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최근에는 수학, 과학 교과서 검인정권 회수 문제를 취재하겠다고 하자 담당자가 아예 언론을 피하며 이른바 ‘잠수’를 타버리기도 했다. 결국 관련 규정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취재해 기사를 출고하자 교육부에서는 “상대 측(과학계) 언론 플레이”라는 항변이 돌아왔다.

담당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이미 규정 개정 수요를 제출한 뒤였다. 이미 확인된 사실에 ‘모르쇠’로 일관하다 다른 경로로 기사가 출고되면 “언론 플레이”라고 몰아붙였다.

교육부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계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을 반대하며 ‘과학 교육 축소’ 외에도 ‘밀실 개정’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교육부는 수시 개정이라는 이름 아래 합의 없는 교육과정 개정을 수차례 감행했다. 개정 연구위원회도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조금이라도 민감할 법한 사안은 어떻게든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꼭꼭 숨겼다. 이해관계가 첨예할수록 꺼내놓고 합의하려는 노력은 찾기 어려웠다.

결국 ‘교육부는 못 믿겠다’는 불신 풍조만 초래했다. 교육계의 이런 분위기에 위축되는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교육 전문가’라는 말까지 나돌았겠는가. 하지만 대처 방식은 분명히 잘못됐다.

소신 발언에 거침없는 과학계 교수 수준의 소통을 바라지는 않는다. 사안이 첨예할수록 더 자세하게 설명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학계 반발의 배경에 허탈감과 배신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왜곡과 선전 선동을 위한, 불순한 의도의 언론 대응은 물론 잘못됐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사실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언론 플레이’라면, 교육부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교육과정 개정안이 확정되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언론 플레이를 기대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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