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붕괴 위기 LPG산업, 해법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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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여수기지 LPG 수송 배관.

서민연료 LPG산업이 붕괴 위기다. 가정에서는 도시가스에 밀려 난방과 취사용 모두 설자리를 잃고 자동차연료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점유율을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 LPG업계는 악화일로에 놓인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가격 인하, 신기술 개발, 틈새시장 발굴 등 자구책을 펼치지만 줄어드는 수요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위기의 LPG산업 현 상황을 냉정히 짚어보고 해법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날개 없는 추락 LPG산업

국내 LPG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계속되는 사용 가구 감소에 LPG차량도 줄어드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3년간 계속된 LPG차량 등록대수 감소세는 올해 더 심화됐고 이에 맞물려 국내 LPG소비량도 올해로 5년째 줄었다.

국내 LPG자동차는 연료 가격경쟁력과 세계최고 수준인 국내 LPG차 품질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2011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는 7월까지 LPG차 등록 대수가 2만3454대 줄었다. 지난해 말 241만대를 기록했던 LPG차 등록 대수가 238만대까지 내려갔다. 올 7월까지 감소폭은 지난해 2만2872대를 이미 넘어섰다. 2012년 1만1745대보다 지난해 감소폭이 두 배 늘더니, 올해 다시 감소폭이 두 배 더 늘어났다.

LPG차 등록 대수는 집계를 시작한 1999년 78만6072대에서 꾸준히 성장해 2010년 245만5696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초 연료비를 아끼려는 수요가 커져 일반인도 구입 가능한 LPG승합차가 많이 팔렸는데 최근 10년 이상 지나 대거 폐차되는 추세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반해 2000년 이후 세계 LPG차 보급대수는 연평균 10% 성장했다.

가정용 프로판 시장은 도시가스에 밀려 2000년 이후 지속 감소 중이다. LPG는 배관이 공급되지 않은 지역 취사·난방용 연료로 보급된 대표 서민 연료지만, 도시가스 위주 공급 정책에 밀려 가정용 LPG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LPG차 감소와 가정용 프로판 소비 위축이 겹쳐지면서 국내 LPG 소비량은 감소세를 이어 갔다. 지난 2009년 1억632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후 4년째 매년 감소해 지난해 9305만 배럴까지 하락했다. 올해에도 8월까지 6003만 배럴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6203만 배럴보다 약 3% 소비량이 줄었다. 박현창 대한LPG협회 상무는 “국내 LPG 소비 위축이 심화되는 가운데 LPG업계는 내년 9월부터 경유택시 도입이라는 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LPG업계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붕괴 막을 대책 시급

LPG업계는 산업 붕괴까지 우려되는 수요 감소를 막기 위해 자구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LPG업계는 휘발유와 경유 대비 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해 자구노력하고, 정부는 LPG 사용제한 완화 등 국내 수요회복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LPG수입사는 최근 줄어드는 LPG수요 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회복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LPG수요 감소세를 최소화하는 것이 당장의 수익보다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SK가스와 E1 등 국내 LPG수입사는 공급가격을 3개월 연속 인하했다. 수입사는 ㎏당 8월에 30원, 9월에 44원 내린데 이어 10월에 또 다시 27원 내렸다.

그 영향으로 전국 LPG충전소 자동차용 부탄 평균 판매가격이 4년 만에 리터당 900원대로 내려갔다. LPG업계는 또 가격과 서비스를 만족하지 못해 떠나가는 LPG사용자가 계속해서 LPG를 사용할 수 있도록 차세대 LPG엔진기술, 가스용품 개발 등 신규수요 창출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LPG업계는 자구노력에 더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제시한 국내 적정 LPG 사용비중 ‘4%’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힌다. 구체적으로 LPG차도 경유차처럼 일반인이 탈 수 있도록 LPG연료 사용제한 규정을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나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약자나 특정 대상에만 제한적으로 LPG 연료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제도 때문에 수요 감소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LPG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을 늘려 수요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LPG업계는 당장 관련 규제를 폐지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중고 LPG렌터카를 일반인에게 판매 허용하는 방안도 LPG수요 감소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에서 독자적인 LPG산업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석유 제품으로 간주돼 명시적·독립적 수급계획이 없는 LPG를 독립 에너지원으로 먼저 인정해야 관련 지원 정책 마련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재홍 LPG산업협회 부회장은 “위축되는 LPG산업을 되살리는 것은 업계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LPG업계 노력에 더해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 등 관련제도 개선과 R&D지원 같은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도별 국내 LPG 소비량

[자료:한국석유공사]

국내 LPG자동차 등록대수 증감

[자료:국토교통부]

세계 LPG자동차 성장 추이

[자료:세계LPG협회]

연도별 LPG충전소 수, 충전소당 평균판매량

[자료:한국LPG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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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붕괴 위기 LPG산업, 해법없나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