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사단법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이하 함저협)’의 저작권 신탁 관리업을 허가했다. 저작권 신탁의 독점에서 발생한 폐해를 막고 효율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책이다. 지난 50년간 유일하게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던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함저협과의 경쟁구도를 만들어 견제와 균형을 이뤄가겠다는 의도다.
문화부는 그간 저작권 분야별 1개 신탁관리 단체 원칙을 지켰다. 저작권 이용 허락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저작권 사용료 징수나 분배의 공정성 논란, 자의적인 조직운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기존 단체의 자율적 개선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함저협의 저작권 수수료 정산 투명성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기존 단체가 개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이중체제로 거래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문화부가 함저협에 이미 저작권신탁관리업을 허가한 상태에서 앞으로 음악 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 신탁의 주체, 작가들 의견도 분분
복수 신탁관리단체 논의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쪽은 창작자다. 본인의 음악을 신탁해 저작료를 받는 핵심 이해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복수 신탁관리단체를 반대하는 음저협 측 창작자는 시장의 혼란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이를 테면 음저협과 함저협이 동일 저작물에 대해 권리를 갖고 있을 때 이용자가 양쪽에 지불해야 하는 물적, 시간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복잡한 셈법이 오히려 음악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저작권 관리 단체 역시 업무가 지연되고 두 단체로 권리자가 나뉘어 문제 발생 시 복잡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 주장도 팽팽하다. 권리자가 본인이 직접 신탁단체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확대돼 두 단체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독점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투명 경영이나 수수료 인하 경쟁도 예상한다. 음저협 독점체제에서는 권리자가 다른 대안이 없어 모든 저작권을 신탁해 기관과의 신뢰관계가 무너져도 독점단체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타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슈의 중심에선 ‘신탁범위선택제’
함저협 출범으로 음악 산업에서 주목받는 게 바로 신탁범위선택제다. 함저협이 들고 나온 주요 정책이다. 신탁범위선택제는 저작권자가 권리의 일부만을 선택해 신탁단체에 맡길 수 있는 제도다. 저작권자가 가진 공연권, 방송권, 복제권, 전송권 중 공연권과 방송권은 본인이 관리하고 나머지만 선택적으로 기관에 맡길 수 있다. 음저협이 고수해왔던 모든 권리를 한꺼번에 신탁해야만 하는 ‘인별포괄신탁제’와 대비되는 제도다.
두 단체에 권리를 나눠 신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탁범위선택제와 복수단체경쟁체제를 같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나 항상 양립하는 개념은 아니다. 단일 저작권 위탁 체제에서도 선택적으로 지분권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범위선택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첨예하다. 이 제도로 작가의 협상력이 약화돼 거대 기업의 부당계약 요구 등 저작자의 피해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분산된 권리자에게 저작료를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라이선스 업무에 대한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다.
작사가 최원선 씨는 “신탁범위선택제의 핵심은 작가의 권리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저작권을 돈과 결부한 제도”라며 “수많은 작가가 한 달 90만원 이하 저작료를 받고 어렵게 살고 있는데 벌써 저작권을 분리 신탁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찬성론자는 저작자가 분야별 특수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단체에 지분권을 맡김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말한다. 개별관리의 이점을 극대화해 각 단체가 잘하는 분야에 특화해 나가면서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가수 김도향 씨는 “창작자가 자율적으로 본인이 만든 작품의 저작권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며 “자유롭게 본인의 저작권을 선택적으로 맡길 수 있어야 철저하고 세심한 저작물 관리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체계, 앞으로가 중요
전문가들은 문화부가 함저협의 업무 개시를 허가해준 이상, 새로운 체제에서 음악 산업이 빠르게 안정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독점 체제였던 저작권 신탁업체가 하나 늘어 경쟁 체제가 돼 초반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두 기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고정민 홍익대 교수는 “두 단체가 경쟁을 하고 있다는 측면보다는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낼 방향을 빨리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한류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음에도 제대로 저작료 분배가 되지 않는 현실 등을 고려해 다양한 분야에서 저작료 징수가 가능해질 수 있도록 두 기관이 협력해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복수단체가 되면서 발생하는 단기적인 혼란에 대한 우려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음악 권리자가 본인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면서 얻는 더 큰 이익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한꺼번에 본인의 저작권을 모두 신탁했던 이전과는 달리 창작자는 본인 저작권을 어떤 단체에 맡길지 관심을 두게 되고 전반적으로 서비스 질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