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 발 금융위기로 영국 광고시장이 1.5% 줄었지만 영국 방송 산업은 연 9%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영국이 실시한 외주 정책이 방송 생태계를 풍부하게 한 덕택입니다.”
29일 창조경제시대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온 돈 매커시 심슨 영국독립제작사협회(PACT) 이사는 2003년 선보인 영국 방송법(Communication Acts)이 만들어낸 대표적 변화로 방송시장의 성장을 꼽았다.
방송법 발효 전만해도 제작사 사정은 열악했다. 저작권(IP)을 확보하지 못한 제작사는 방송사가 지원하는 제작비에 의존해 방송을 제작하는 악순환을 수십 년간 반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송법 제정이후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제작사가 저작권을 소유함으로써 방송사에 방영권 판매와 해외 판매가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자본을 축적,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방송법 제정으로 외주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지면서 생긴 변화다.
심슨 이사는 “기존 계약에 묶여있기 때문에 법 발효 후 당장 변화가 생기지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제작사가 늘면서 3~4년 후에는 제작사 간 인수합병이 이어져 올쓰리미디어, 엔데몰, 샤인 등 대형 제작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의 외주제작 의무비율도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영국 방송사는 외주제작의무비율 25%를 지키고, 특히 BBC는 추가 25% 방송에도 외주제작사와 경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제작사가 겪는 현실에 대해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심슨 이사는 “영국은 방송사에 제작 장비나 장소를 의존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이는 장비와 장소 대여 등 방송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제작사도 정부와 아웃소싱 산업을 적극 이용하면 방송사로부터 독립적인 경영을 확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회사를 통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관행도 한국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ITV 등이 자회사를 두는 이유는 자체 방송 프로그램 수주가 아닌 외부 방송사 수주를 위한 것”이라며 “이마저도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외주제작사에게 도전을 두려워말라고 조언했다. 심슨 이사는 “제작사의 저작권 소유는 방송사 시장을 뺏는 게 아니라 방송 산업의 성장을 위한 조건이라는 사실이 영국을 통해 증명됐다”며 “한국도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