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과학 필수 이수단위를 12단위로 결정했다. 지난 2009년 교육과정에 비해 3단위 줄었고, 16단위인 사회(한국사 포함)에 비해서도 적다. 과학교육 약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다만 과학탐구실험 신설, 소프트웨어(SW) 교육 강화 등은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됐다.
교육부는 24일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과목별 필수 이수단위를 보면 국어, 영어, 수학, 사회는 10단위로 하고, 한국사를 별도로 6단위 추가했다. 과학은 12단위다. 국·영·수는 대부분의 학교가 최대로 편성할 수 있는 전체 이수시간의 50%까지 채우기 때문에 필수 이수단위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국·영·수, 사회, 과학으로 구성된 필수 과목에서 과학만 상대적으로 약화된 셈이다. 필수 이수단위는 2009년 교육과정에서 15단위였고, 지난해 말 수시 개정에서 10단위로 줄었다.
과학계는 2013년 수시개정안이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과정을 만들 때까지 2009년 교육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또 교육학자 중심의 ‘국가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를 해체하고,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결국 기존 위원회를 통해 12단위로 결정하면서 과학계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문·이과 구분의 폐해는 수능에 있는데, 이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목표도 없이 이해관계만 조정한 결과를 미사여구로 포장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와는 별도로 새 교육과정에서 미래 정보화 사회의 기초 소양인 SW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실과교과의 ICT 활용 중심의 정보 관련 내용을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 교육으로 확대 개편하고, 중학교는 선택교과의 정보를 소프트웨어 내용 중심으로 개편하고, ‘과학/기술·가정/정보’ 교과군에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킨다. 고등학교는 심화선택 ‘정보’과목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내용을 개편하고, 일반선택 과목으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이번에 발표한 안을 바탕으로 다음 달부터 교과 교육과정 개발을 추진해 내년 하반기에 새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개정된 교육과정은 초·중·고 학교현장에 2018년부터 연차 적용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