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제조업으로 발전한 미국의 ‘메이커스 운동’은 주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집단지성을 이루며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메이커’들이 늘고 있지만 그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상품 형태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과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시제품을 만들고,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며 투자유치를 위한 과정 등 사업화를 위한 본격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외부 도움 없이 내부 능력만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로 중 하나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다. 이는 ‘대중(crowd)’과 ‘외부자원의 활용(outsourcing)’을 합성한 단어다. 제품 개발과정에 외부 인력, 특히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공개한다. 물론 여기에 참여해 기여도가 있으면 달성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가진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지인들에게 보상 없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것도 초보적인 단계이나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때 바른 피드백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지인에게 느낀 그대로의 얘기를 하기보다는 듣기 편한 얘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은 생면부지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공모전은 크라우드 소싱의 가장 보편적인 유형이다. 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특정 기술이나 제품의 용도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도 한다. 앱스토어에서 개별 앱은 외부 개발자의 참여로 이뤄지는 것도 소프트웨어 시장의 크라우드 소싱이다. 아이디어 개발에도 크라우드 소싱이 유용하다. 미국의 쿼키나 한국의 아이디어오디션, 아이디어엘지 같은 아이디어 제품 개발 플랫폼은 대중의 선택을 기반으로 상품화하는 모델이다.
아이디어로 사업화나 창업하려고 할 때 적용할 수 있다. 본인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대중의 의견을 듣는 일이 가능하다. 여러 의견을 통해 아이디어에 덧붙임이 생기고 그 용도나 적용 범위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국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치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창조경제타운도 이런 크라우드 소싱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아이디어 제안자와 이를 멘토링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 격이다. 창조경제타운에서 ‘아이디어 발전소-공유아이디어’ 공간은 온라인상의 협업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구조로 운영된다. 다양한 분야와 단계의 외부 전문인력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아이디어의 부가가치화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아이디어 발전에 적합한 멘토가 필요한 사람에게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온라인 협업 또는 멘토링은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자발적인 전문가 풀을 만나게 되는 경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멘토링을 받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정보공개에 대한 유의다.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확보 전에 아이디어가 공개되며 생기는 문제에 대한 사전 대처를 해야 한다. 둘째는 옥석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이다. 멘토링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추가되면서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향할지도 모른다. 이때 내부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올바른 선택과 최선의 조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크라우드 소싱은 시간 면에서 신속하고 비용 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최적의 해결책이 필요한 아이디어 개발과 혁신을 위해서도 유용하다. 점차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사업화나 창업으로 가는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은 어떨까.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화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고, 창조경제가 실현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최현규 KISTI 창조경제지원사업단장 hkchoi@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