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이후 노후 삶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은퇴 시기도 오히려 빨라지면서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3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은퇴하지 않은 가구주가 생각하는 은퇴 연령은 66세이며, 가구주와 배우자의 월평균 최소생활비는 168만원, 적정생활비는 247만원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가구주와 배우자의 노후를 위한 준비상황은 ‘잘 된 가구’는 9.0%인 반면, ‘잘 되지 않은 가구’는 34.3%, ‘전혀 준비 안 된 가구’도 20.8%로 준비되지 않은 가구 비율이 증가했다. 심지어 이미 은퇴한 가구주와 배우자의 생활비 충당 정도는 ‘여유 있는 가구’가 8.2%인 반면, ‘부족한 가구’는 40.1%, ‘매우 부족한 가구’는 21.8%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T 업계 종사자의 은퇴 고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빠른 기술 발전, 잦은 야근과 철야, 휴일근무, 잘못된 하도급 관행이 IT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이라도 정년보장이 어렵고, ‘자의반 타의반’ 은퇴종용시기가 갈수록 빨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IT인연합회를 통해 회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40~50대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를 생각한 IT업계 종사자들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심화로 인해 IT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 문제를 지적하는 문제부터 조직문제, 낮은 생산성 등을 문제로 생각했다. 60~70세로 은퇴시기를 내다본 사람들은 ‘건강’을 주요 변수로 지적했다.
김형훈씨는 은퇴시기를 45세로 내다봤다. 한창 일해야 할 중년의 나이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사업악화로 일자리를 상실할 가능성을 걱정했다. 김씨는 “신규 부가가치를 창출한 만한 사업 아이템이 없으며, 대기업이 하는 것은 다 되는데 중소기업이 하는 것은 다 안 된다”고 꼬집으며 “대기업이 모든 것을 하면서 중소기업의 일감이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흔이 넘어서도 야근, 철야를 해 온 개발자가 따로 노후를 준비하는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 대다수 엔지니어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IT업계에서 비교적 늦은 시기에 산업화를 이룬 게임업계의 은퇴와 제2의 인생 고민은 마찬가지다. 젊은 업계인 만큼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야근·철야 등 열악한 근무조건과 사회의 부정적 시선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었다. 김선문씨는 “(임금이) 값싼 초년생들이 매년 넘치고 경력이 붙으면서 연봉이 올라가니 회사는 부담스러워 한다.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 경력을 가지고 대기업급 IT회사를 가거나 회사를 차려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은퇴 이후 제2의 직장을 위한 공부는 필수인데, 카페나 음식점 프랜차이즈 창업까지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기 때문에 하기가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한 자산 규모는 약 10억~15억원 상당이 필요하다고 내다봤으며, 컨설팅과 교육 사업 등지에서 제2의 삶을 준비할 계획도 비췄다. 한편에서는 노후생활을 준비할 현금자산을 준비할 수 있는 준비나 교육 등은 마땅히 하지 못하는 현실을 털어놨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은퇴준비지수는 56.7점으로 ‘주의’ 단계로 평가됐다. 또 조사 결과 은퇴가구는 은퇴 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월 202만원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박용규씨는 현재 IT업계의 은퇴는 이르면 40대 중후반에서 이뤄지며, 50세가 한계라고 밝혔다. 박 씨는 전문가의 기술 기반 창업이 필요하다며 “나이를 들어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커리어패스’가 산업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40대 중반의(창업자가 이끄는) IT벤처기업이 많이 등장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은퇴자의 적정 은퇴생활비 여론조사와 은퇴자의 지출 통계>
<인생후반 5대 리스크(출처: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