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원성이 높다. 교육부는 현행법상 없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 및 취소 권한을 가지려 무리수를 둔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과학계 의견을 묵살한다. 전혀 다른 두 사안을 관통하는 게 있다. ‘밥그릇 지키기’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감 간 자사고 폐지 논쟁의 핵심은 공교육 정상화다. 공교육을 살리는 데 자사고 폐지가 옳은지, 그른지 하는 건강한 논쟁이다. 그런데 교육부 행보는 논쟁을 넘어섰다. 교육감에게 주어진 자사고 지정과 취소 권한을 아예 부정하고 상위 법령까지 바꿔 그 권한 일부를 빼앗으려 한다. 교육자치 전면 부정이다. 자사고 폐지와 전혀 다른 문제이며, 더 심각한 문제다.
문·이과 통합교과 개편도 그렇다. 교육부는 현행 10단위인 과학 필수이수단위를 12단위 또는 14단위 이상으로 늘어나니 과학계 의견을 반영했다고 여긴다. 정작 과학계 주장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10단위로 줄인 것과 비교해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 기존 15단위에서 축소된 것이라고 본다. 과학계는 단위 자체보다 거듭된 밀실 논의와 불통에 단단히 화가 났다.
정진후 국회의원(정의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규제 완화 자료를 보면 사실상 사문화한 제도 폐지가 있으며 되레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박근혜정부 규제 완화 방침에 시늉만 하는 셈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교육부가 우리나라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의지는 없이 교육계 ‘밥그릇 지키기’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교육정책에 관한 교육부 전문성을 인정한다. 오랜 기간 쌓은 노하우와 통찰력이 분명 있다. 하지만 교육계를 향한 사회의 시각은 갈수록 싸늘하다. 교육계가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데다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탓이다. 이런 불만들이 온통 교육부로 쏟아진다. 그런데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는커녕 감지조차 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 상태가 앞으로도 지속되면 교육부와 교육계는 스스로가 아닌 외부에 의한 강제 혁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걱정스러워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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