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가 시계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시계 제조사들도 속속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IT업체들의 스마트워치 공세에 맞서 시장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로이터는 명품 브랜드 그룹 LVMH의 시계 브랜드가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장 클로드 비베 LVMH 시계 부문 담당은 “내년 봄 스위스 바젤 시계 박람회에서 최신 스마트워치들이 발표될 것”이라며 “태그 호이어에서도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고자 하지만 애플워치를 카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와치부터 티쏘, 오메가 등 시계 전문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와치 그룹도 스마트워치를 준비 중이다. 회사는 내년 여름 스마트워치 ‘스와치 터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와치 터치는 이동한 걸음 수, 소모한 칼로리 등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를 사용한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기어 시리즈, 애플의 애플워치 등을 시작으로 개화된 스마트워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내년 손목시계형 헬스밴드를 제외한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만 2820만대로 예상한다. 올해 700만대로 추산되는 규모의 약 3배에 달한다. 내년 헬스밴드 시장도 올해보다 25% 늘어난 1500만대가 될 전망이다.
◇뉴스해설
스마트워치 출시가 점차 늘어나며 IT업체 간 경쟁에서부터 기존 시계 업체들과의 경쟁도 점쳐지고 있다. 시계 업체들은 스마트워치가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시장 위협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가 단기적으로 명품 수제 시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중저가 시계 산업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계 산업을 대표하는 스위스 시계 제조 브랜드들은 애플워치 출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학생이 디자인한 것 같다는 혹평부터 개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기존 시계 시장을 넘볼 제품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시장은 티쏘 등 중저가 시계 브랜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계 제조업체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애플워치가 2000만대가량 팔리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스와치 저가 시계 사업 규모가 25% 줄고 영업이익이 11%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스와치 주가는 애플워치가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0일 1.8% 떨어졌다.
시계 제조업체들이 스마트워치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도 업체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기존 시계의 경쟁자로 인정할 수 없지만 시장 흐름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 시계전문 인터넷 매체 호딘키의 벤자민 클라이머 편집장은 “수제 무브먼트로 어필하지 않는 저가 시계업체들은 애플워치를 지금부터 두려워 해야할 것”이라며 당장 고급시계 시장까지 위협할 존재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며 그 환경에 익숙해질 지금의 10대들이 성장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