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다시 주목받는 영화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강력한 바이러스를 소재로 1995년에 만들어졌던 영화 ‘아웃브레이크’다.
아웃브레이크에서는 에볼라보다 더욱 강력한 ‘모타바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1967년 아프리카 자이르의 모타바 계곡 용병 캠프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해 군인들이 죽어간다. 용병 캠프에서 미군에 긴급 의료 지원 요청을 하지만 미군은 혈액을 채취한 뒤 용병 캠프에 폭탄을 투하해 몰살시켜 버린다.
30여년 후 자이르에서 다시 출혈열이 발생한다. 감염자가 모두 사망하자 미국에 다시 지원 요청을 한다. 이런 가운데 바이러스의 숙주인 원숭이가 미국에 수입되면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한다.
여러 면에서 영화 속의 모타바와 현실의 에볼라는 유사한 점이 많다.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점은 물론이고 빠른 전염, 동물을 숙주로 하는 점 등이 비슷하다.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는 점도 동일하다.
하지만 아웃브레이크에 등장하는 모타바는 에볼라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잠복기가 더 짧고 치사율도 더 높다. 영화 속에서는 감염된 사람이 대부분 사망하기 때문에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감염경로도 에볼라보다 위험하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환자와 직접 접촉했을 때 체액이나 혈액 등으로 감염된다. 하지만 모타바는 타액(영화에서 키스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심지어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샘 대니얼스 대령(더스틴 호프먼)과 동료들의 맹활약 덕분에 모타바 전염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 에볼라를 차단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에볼라가 발생한 지역을 격리하고, 감염자 파악과 치료를 위해 힘쓰고 있음에도 매일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일까지 서아프리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세네갈 5개국의 에볼라 감염자가 총 4293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2296명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그동안 에볼라가 창궐했던 서아프리카 지역을 벗어나 중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감염자가 급속히 늘었다. WHO는 세계가 에볼라에 지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영화에서처럼 바이러스 차단에 성공하려면 아프리카 국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WHO 등 국제기구는 세계 각국이 에볼라 차단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한 가지. 영화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미국에 들어온 숙주 원숭이다.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으로 에볼라가 확산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외부로 전파된다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세계 각국도 검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비상방역체계를 구축하고 공항과 항만 등 출입국 과정에서의 검역을 강화해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