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독일 제조업 사례

제조업 강국 독일이 지속가능성장 방향을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잡았다. ‘인더스트리 4.0’을 앞세워 제조업과 ICT를 융합한 미래형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는 사물인터넷(IoT)과 빅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자동화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골자이며, 독일이 제조업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구상한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독일이 특히 생산성 향상의 핵심으로 보는 것은 에너지다. 우리도 독일 상황과 다르지 않다.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이 28%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가다. 비싼 에너지 비용을 해결하지 않고는 기업 경쟁력 회복이 요원하다. 먼저 나아가고 있는 독일의 발걸음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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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암벡공장에서 직원이 일하는 모습. 이 공장은 ‘유럽 최고 공장’에 선정됐으며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공장’으로 이름을 올린바 있다.

◇생산성 향상 위해 ICT 접목

독일 산업이 에너지와 ICT를 제조업에 융합하며 재단장하고 있다. ‘지능형 공장’을 앞당기는 인더스트리 4.0 기조에 맞춰 생산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인더스트리 4.0은 IoT를 활용해 생산 기기와 제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독일은 제조업 등 전통산업에 ICT를 결합해 지능형 공장으로 진화를 추진한다. ICT와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도입으로 기계, 산업 장비, 부품들은 서로 정보와 데이터를 자동으로 주고받는다. CPS는 다양한 기기가 감지한 자료를 수집·처리하는 ICT 기반 가상시스템과 제조기계 등을 제어하는 물리시스템을 통합한 개념이다.

지능형 공장은 제품 생산 전 과정 최적화를 추구해 불필요한 움직임이나 시간 낭비를 최소화 한다. IoT를 적용해 제품, 보관소, 생산설비 등 생산과정 모든 개체를 식별하고 여기서 모아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생산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지능형 공장을 100%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부분적인 산업자동화도 에너지 비용 등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지능형 공장에서는 시뮬레이션과 최적화로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생산 라인에서 에너지 소비를 모델링, 최적화해 적용한다. 이를 통해 제품·재료 흐름과 에너지 관련 특성에 대한 결합·분석이 가능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전략을 짤 수 있다. 공장을 구축했을 때 최대 장점은 ‘제품 생산시간 단축과 에너지비용 절감’이다. 공장의 모든 데이터가 한 곳으로 모여 최적화된 생산 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 시간이 줄어든다. 또 공장의 전력피크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지능형 공장에서는 생산설비가 스스로 에너지소비량을 진단하고 연결된 다른 설비와 소통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향상된다. 일반 공장에서 에너지 수요는 피크타임과 평상시로 나뉘는데 에너지 공급은 생산설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피크에 맞춰져 낭비가 발생한다.

하지만 지능형 공장에서는 생산설비가 서로 규약(우선순위)을 맺어 행동한다. 공장에서 가장 큰 설비가 가동되는 타이밍에 다른 설비가 돌아가지 않는 식이다. 여러 생산설비가 동시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도록 관리, 과거에는 최고 100의 전력이 필요했던 공장이 80의 전력으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 공장과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독일 곳곳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

◇정부와 기업 컨센서스 이뤄 미래 방향설정

독일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정부·학계·산업계 ‘삼각편대’가 뭉쳤다. 독일은 증기기관, 대량 생산, 자동화에 이은 네 번째 산업혁명이 될 인더스트리 4.0을 기업과 정부의 컨센서스 아래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추진을 통한 제조업 혁신으로 생산성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인력과 에너지 등 투입 비용을 최소화하되 제품생산 능력은 최대화한다. 산업 자동화와 지능형 공장으로 대표되는 독일 산업혁신 핵심 키는 ‘에너지’다.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빨리,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곧 최대 경쟁력이라는 판단이다.

독일은 10여년 전 학계에서 가장 먼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했고, 7~8년 전부터 지멘스 같은 산업자동화 기업은 제조업 생산성 향상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어 독일 정부가 최종적으로 중견 제조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민을 인더스트리 4.0으로 풀 수 있다고 판단해 국가발전 방향으로 삼은 것이다.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을 생산성에서 찾고 있다. 미래 제조업은 인더스트리 4.0을 골자로 경쟁력이 차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에 에너지 부문이 있다. 가령 공장 생산설비 자동화와 첨단 시스템 도입으로 에너지 소비를 24%까지 줄일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지능형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생산 시설을 네트워크화하는 지능형 공장 연구에 예산 2억달러를 책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 기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 협회와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인더스트리 4.0 개념을 도입한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귄터 클롭쉬 한국지멘스 인더스트리부문 사장은 “한국에서 제조업이 중요한 만큼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효율 향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라는 위치를 고수하려면 에너지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능형 공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장과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제조업 혁신을 꾸준히 추구하는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융합으로 세계 최고 생산효율, 지멘스 암벡 공장

독일 남부 소도시 암벡(Amberg)에 위치한 지멘스 공장은 대표적인 지능형 공장이다. 이 공장의 주 생산품은 산업자동화 설비의 두뇌역할을 하는 ‘PLC’다. 지멘스 산업자동화 부품을 자체 기술로 암벡공장에 구현한 산업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내고 있다.

공장으로 들어서면 수십 개 컨베이어 벨트에서 분주하게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로봇 팔이 눈에 들어온다. 자동화된 디지털 팩토리 라인에서 로봇이 제품을 생산하고, 사람은 생산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수가 필요하지 않다. 암벡공장 자동화율은 75% 수준이고 지멘스의 산업자동화 소프트웨어(시만틱 어플리케이션)가 1000개 이상 적용됐다.

암벡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부품과 제품에는 바코드가 찍혀 있어 부품 하나까지 개별 관리된다. 바코드로 모든 제품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되는 제품 모두가 완벽한지,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부품·제품·생산 설비 등에 장착된 수만 개 센서가 보내는 공장의 모든 정보가 통제 센터로 모아지고, 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적용한다.

공장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 개 컨베이어 벨트에서 여러 개 다른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이다. 암벡공장 생산라인은 한 개 라인에서도 100개의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5000만개가 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적용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암벡공장은 ‘유럽 최고 공장’에 선정됐으며 각종 매체에 ‘올해의 공장’으로 이름을 올린바 있다. 주당 노동시간이 35시간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 최고 공장의 높은 생산성은 제조업과 ICT가 융합해 만들어낸 창조물이라는 평가다. 귄터 지벨 암벡공장 공장장은 “ICT를 제조라인에 융합해 수만 개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공장”이라며 “제조업과 ICT가 융합한 ‘인더스트리 4.0’을 공장에 실현시켰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노이하우저 지멘스 모션제어시스템사업부 사장

“산업과 ICT가 융합된 인더스트리 4.0은 혁신이 필요한 생산기업이 필연적으로 가야할 미래입니다.” 로베르트 노이하우저 지멘스 모션제어시스템사업부 사장은 인더스트리 4.0이 제조업 등 생산분야가 자연스럽게 나아가야할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더스트리 4.0을 실현하면 제품 생산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신뢰성 예측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50% 정도 단축할 수 있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고 모든 변수를 확인해 고객에게 최적의 제품 스펙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 역시 자신 있게 강조했다. 공장 내에서 전력피크 관리가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력을 추가로 공급받을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노이하우저 사장은 “인더스트리 4.0이 실현되면 생산 설비간 소통을 통해 무궁무진한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다”며 “고효율설비 도입을 통한 직접적인 에너지 절감도 중요하겠지만, 생산설비간 간단한 규약을 제공하는 것으로 얻는 효과에는 비할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제조업 산업자동화 수준을 “독일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노이하우저 사장은 “현대·기아차는 지능형공장 부분에서 이미 많은 스텝을 나간 상태이고 넥센타이도 이미 고도화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사물인터넷에 관심 갖고 있고, 버츄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등 독일 기업과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인더스트리 4.0이던 사물인터넷이던 같은 개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표어도 비전도 아니고 미래 제조업이 가야할 필연이고, 지멘스가 운이 좋게 이 길을 먼저 들어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