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점심식사 자리에 잘 구워진 생선구이 한마리가 나왔다. 살집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몸통 쪽으로 첫 번째 젓가락이 향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젓가락이 그 다음 발라먹기 좋은 쪽으로 움직였다. 젓가락질을 거듭할수록 생선구이의 몸집이 줄어들었다. 먹을 만큼 먹었을까, 생선구이가 앙상한 가시를 드러냈다.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밥상에 오른 생선구이는 대개 이런 식이 될 것 같다.
최근 국내 반도체업체 동부하이텍의 매각을 놓고 걱정이 많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한발 물러서면서 해외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자연스레 인수자의 젓가락질이 궁금해진다. 투자자본이라면 인수자의 입맛대로 동부하이텍의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쪼개 되팔거나, 반도체업체라면 동부하이텍의 팹을 저비용 생산기지로 활용해 자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기반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든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그다지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
물론 반대의 젓가락질도 있을 수 있다. 인수자가 과감한 투자로 동부하이텍의 기술력과 생산라인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고용과 수출 성장에 이바지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과거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 매각사례에 비춰볼 때 후자보다는 전자의 시나리오에 비중이 실린다. 최악의 경우 가시만 남은 생선구이 모양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치열한 시장 경쟁을 극복하지 못하고 적자를 거듭하다 매물로 나온 동부하이텍을 두둔하거나, 국민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토종 기업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요한 것은 뻔히 보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우리가 대비하고 있는지다. 기술 유출, 쪼개 팔기, 반도체 생태계 악화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단순히 한 회사를 매각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와는 달리 가시만 남은 생선구이에는 새살이 돋지 않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