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다시 점화할 전망이다.
원격의료에 의료계 반대가 명확해진 반면에 정부는 의료계 참여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양측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놓고 찬반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절대 다수가 반대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6357명이 설문에 참여한 가운데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가 6053명(95.22%)으로 집계됐으며 원격의료 시범사업 찬반 질문에도 5760명(90.61%)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각각 221명(3.48%), 436(6.86%)에 그쳤다.
이번 설문이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동안 중단된 정부와 의료계 간 원격의료 협상 재개 여부에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지난 3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추진해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의협 내부 갈등으로 시범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지난 7월 17일 이후 모든 논의가 중단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비대위는 이번 설문조사가 “무언가를 결정짓는 회원투표가 아니고 주요 현안을 놓고 회원들의 인식과 의견수렴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가 보다 명확히 확인됐다는 점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실제로 의협 비대위는 대정부 투쟁 준비에 나섰다. 비대위 측은 “8월 말까지 전국적 투쟁체 조직을 완료하고 대회원 홍보와 대국민 홍보를 철저히 시행할 것”이라며 “복지부가 의협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범사업과 원격의료 입법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사수할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상관없이 시범사업과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진료의 개념을 뺀 원격모니터링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국회 논의 과정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9월 시범사업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휴지기가 끝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