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되레 확산되고 있다. 유럽인 사망자가 처음으로 발생하고, 서아프리카 3국을 넘어 나이지리아로 감염자가 퍼지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사용을 허용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시험용으로 보유한 수준이라 양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국내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감염자 확산일로
WHO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1975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069명이다. 문제는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3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진원지를 격리구역으로 설정하고, 주변 국가가 국경을 폐쇄하는 등 확산 저지에 나서지만 지속적으로 환자가 추가 발생한다는데 있다. 지난 7~9일 사이에는 69명, 10~11일에는 128명의 신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WHO가 지난 8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3일에는 아프리카 동부 케냐를 에볼라 발생 위험국으로 지정했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나라와 인적 교류가 많은 국가, 국경을 접한 국가, 에볼라 전염이 확인됐거나 가능성이 큰 국가 등을 에볼라 발생 위험국으로 규정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케냐가 위험국이 된 것은 아프리카 교통의 허브이기 때문이다. 케냐는 아프리카 서부지역과 매주 항공기 70편이 오간다.
WHO는 “케냐는 에볼라 발생 국가와 인적 교류가 많아 에볼라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현지 허술한 방역과 치료가 문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과 보건상태,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신 등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해도 환자가 사용하던 물건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단적으로 인구 2100만명에 이르는 나이지리아의 대도시 라고스에서도 환자가 발생했지만, 특별한 방역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고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에 위생상태가 안 좋아 에볼라가 확산될 경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라고스 주민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대·소변을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서아프리카 일부 주민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숙주로 알려진 과일박쥐를 먹는 식습관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에볼라 감염으로 숨진 환자의 장례를 치르며 맨 손으로 씻기고 만지는 등 예방대책이 허술하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주술사들이 늘어났고, 심지어 환자들이 주술사에 의지하는 경우도 나왔다.
◇접촉 제한과 검역 강화가 최선
아직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만큼 검역을 강화해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으로 꼽힌다. 일단 유입되면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임상을 거치지 않은 신약을 긴급 투여키로 결정했지만, 치료 효과는 미지수다. 실제로 에볼라 감염자 치료를 돕다 감염된 스페인 신부 미겔 파하레스는 치료제 ‘지맵(ZMapp)’을 투여했음에도 사망했다.
접촉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교부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 대해 특별여행경보를, 나이지리아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특별여행경보는 기존 여행경보 단계와 관계없이 해당 국가 전체 또는 일부지역에서 ‘즉시 대피’에 해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당 국가 및 지역에서 긴급용무가 아닐 경우 귀국하고, 가급적 여행 취소나 연기를 요청하는 효과가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나이지리아 현지에 15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팀장)과 감염내과 전문의사(국립중앙의료원 소속)로 구성된 에볼라 현지 대응팀을 파견했다. 외교부도 신속대응팀을 함께 파견해 공관과 함께 현지 대응팀 활동을 지원하며 향후 상황에 대비한다.
정부는 또 관계부처 협력방안과 국내 유입에 대비한 해외 개발 치료제 신속 수입 절차 등도 검토했다. 이와 함께 현재 에볼라 괴담까지 나올 정도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낮은 만큼 과도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