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새 수장으로 황우여 신임 장관이 취임했다.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안전교육에 대학 구조개혁까지 신임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황 장관은 취임사에서 김영삼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531 교육개혁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531 교육개혁의 주요 기조는 자율과 책무, 수요자 중심, 다양화와 선택이었고, 그는 이를 재점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과 비교해보면 교육 현장에서는 ‘디지털’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더욱 크다. 어떤 교사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의 차이를 두고 “고학년은 USB 저장매체를 쓰지만, 저학년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상전벽해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다.
해외에서는 코세라나 유다시티 같은 개방형 온라인 교육 서비스(MOOC)가 국경을 넘어 주요 대학의 입지를 흔든다. 디지털 세대를 위한 맞춤형 스마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공룡 기업이 경쟁한다. 콘텐츠와 서비스에서 국경의 영역이 희미해지는 것처럼 교육에서도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리더는 디지털 기술이 바꿀 마지막 영역을 교육으로 생각하고 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국민 지적 자산의 양과 질이 사회 및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변화가 빠르다고 서둘러 혁신방안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교육자치가 이뤄지고, 교육부 장관이 현안에 일일이 ‘해결사’로 나설 필요도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교육업계 구성원과 수요자의 정확한 목소리를 반영해 장기적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제주도 선흘리에 위치한 작은 분교의 현관에서 ‘차츰차츰’이란 문구를 인상적으로 본 적이 있다. 사전의 뜻을 찾아보니 어떤 사물의 상태나 정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조금씩 자꾸 변화하는 모양을 의미했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차츰차츰 그려보길 제안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