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올해 폭증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이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제습기 시장규모는 당초 예상치인 200만~250만대의 절반 수준인 100만~130만대. 정확한 통계가 없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이 ‘지난해 수준은 했다’고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지난해를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올해 신규로 뛰어든 업체들이 일부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 수준에 육박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이 빗나가면서 시장에 제습기 재고가 넘쳐난다. 최근에는 40만~50만원대 출시 제품이 19만원에 판매될 정도로 업계가 재고떨이에 안간힘이다. 선두 제습기 업체 관계자는 “신규로 제습기 시장에 뛰어든 곳을 포함하면 40곳 이상이 난립했다”며 “얼마나 팔렸고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집계가 힘들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업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모 대기업은 지난해 시장 대응을 제대로 못해 임원 일부가 경질됐는데 올해는 너무 과대하게 시장을 예측해 또 다시 옷을 벗게 생겼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잠재 제습기 시장 규모’다. 업계는 이미 성숙·정체기에 돌입한 다른 생활가전시장과 달리 제습기 시장은 한동안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봤다. 한 선두 업체의 연도별 제습기 판매량 추이를 보면 2011년 14만3000대, 2012년 49만6000대, 지난해 100만대 그리고 올해 200만대 이상이었다. 말 그대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 여기에 보급률도 올해 200여만대를 전제로 20% 수준으로 봤다. 이를 기준으로 업계는 제습기와 함께 대표 여름 계절상품으로 이미 보급률 80%에 육박하는 에어컨을 사례로 들며 잠재 시장규모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의 상승곡선이 올해 처음으로 정체로 돌아섰다. 가파른 상승곡선이 일순간 꺾인 셈이다. 제습기 업계는 향후 전략에 고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다. 유례없는 마른장마로 시장이 일시적으로 정체된 것인지 아니면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와 올해 수준인 100만대 초반대로 봐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선두 제습기 업체 한 관계자는 “당초 김치냉장고처럼 제습기가 에어컨의 서브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봤다”며 “지금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보고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못한 기업들은 앞으로 매우 힘들게 됐다”며 “많은 업체들이 제습기 사업을 접어, 5~6개 회사만이 경쟁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제습기 시장 부진 요인 / ※자료:업계>
김준배·송혜영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