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구지에(Mogujie)’는 중국의 여성패션 온라인 쇼핑몰이다. 창업자 치천은 알리바바 타오바오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10년 모구지에를 창업해 중국 내 유력 온라인 쇼핑몰로 키웠다. 최근에는 알리바바의 2억달러(약 2061억원)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을 비롯해 끊임없이 유력 기업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2억달러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2011년 이후 매년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모구지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송은강(캡스톤파트너스 대표)=모구지에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핀터레스트’를 모방해 탄생했다. 관심사에 따라 관련 사진을 모아보고 추천하는 핀터레스트처럼 모구지에는 여성 상품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고 고품질 사진으로 제품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상품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개인 페이지에서 모아볼 수 있으며 모구지에가 직접 특정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당초 서비스는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 타오바오로 연결하는 방식이었지만 지난해 10월에는 ‘요우디앤’이라는 오픈 마켓 플랫폼을 선보이며 알리바바에 도전장을 냈다.
-정진욱=모구지에를 추천하는 이유는.
▲송은강=중국 전자상거래의 절대강자 알리바바에 도전한 용감한 스타트업으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알리바바에 맞서 여성의류 전문 서비스를 노린다. 서비스 초기 사용자 트래픽을 알리바바 타오바오에 넘기는 방식으로 성장했고 안정적으로 돈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소셜 오픈마켓 플랫폼 ‘요우디앤’을 시작했다. 거대기업에 협력하며 안정적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택했고 조금씩 성공에 접근하고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성의류 쇼핑몰은 많지만 큐레이션 서비스가 없는 국내 상황에서 모구지에의 성공은 힌트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정진욱=모구지에가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 잡은 비결은.
▲송은강=먼저 여성의 감성을 사로잡는 사용자환경(UI)과 디자인이다. 심플하지만 직관적이고 중국 서비스답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구현했다. 모바일 대응에도 재빨리 나서 스마트폰에서 편안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옷만 파는 것이 아니라 패션에 대한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강점이다. 올 여름 유행하는 색상이라든가 장소와 행사 성격에 맞는 코디법 등을 제공한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오픈마켓 상품 판매자 수를 제한한 것이다. 130만명의 상품 판매자가 존재하는 타오바오와 달리 모구지에는 상품 판매자를 3000명으로 한정한다. 너무 많은 판매자가 난립하는 타오바오가 품질보다는 가격 경쟁으로 치닫는 반면 모구지에는 저가가 아닌 품질과 트렌드,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 제공이 제품 판매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인터넷이라고 무조건 싼 제품이 아니라 일정 수준 품질이 보증되는 제품을 파는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정진욱=국내 온라인 여성쇼핑몰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송은강=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여성쇼핑몰이 많지만 차별화 요소가 분명히 있다. 국내에는 모구지에처럼 큐레이션에 특화된 쇼핑몰이 없다. 기존 쇼핑몰은 카테고리로 상품을 분류해 싸게 파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정도다. 모바일도 기회다. 기존 여성쇼핑몰은 웹 기반으로 모바일 대응이 느리다. 11번가, G마켓 등 대형쇼핑몰이 모바일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성의류에 특화되지 않았다. 모구지에처럼 모바일에서 여성 사용자의 편안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모바일과 여성의류에 특화된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스타일셰어와 코디북 등 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모구지에 같은 여성 패션 전용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 어떨까 한다.
-정진욱=국내에선 아직 버티컬 상거래 서비스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이유는 뭔가.
▲송은강=지금까지 버티컬 서비스 대부분을 네이버카페가 대신했다. 패션뿐만 아니라 유아·애견 등도 마찬가지다. 모바일로 오면서 이런 판도가 깨졌지만 아직 새로운 주자가 없다. 버티컬 쇼핑몰은 여전히 기회가 있는 시장이다. 웹에서 많은 여성이 쇼핑 경험을 쌓은 패션 시장은 더 빨리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정진욱=카페가 문제가 아니다. 모구지에는 알리바바와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슷한 모델로 창업한다는 대형 오픈마켓이나 쇼셜커머스 서비스와 경쟁해야 한다. 어려운 싸움 아닌가.
▲송은강=여성 의류 한 가지에 집중하며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하면 승산 있다. 모바일은 버티컬 서비스의 시대다. 웹처럼 모든 것을 하나에 모으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모바일에는 여성의류 대표 서비스가 아직 없다. 모바일에서 자리 잡으면 모구지에나 11번가나 쿠팡 등 대형 업체 인수 대상이 될 거다.
-정진욱=너무 많은 쇼핑몰이 있어 눈에 띄기 쉽지 않다. 소셜 쇼핑 플랫폼의 마케팅 전략은.
▲송은강=상거래는 마케팅 비용이 높은 분야다. 일정 수준 자본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프라인 결합도 한 방법이다.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알리고 샘플 등으로 판매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게 한다. 고객이 직접 눈과 손으로 제품 품질을 확인하며 신뢰를 쌓는다.
-정진욱=모구지에 같은 서비스에 투자할 의향은.
▲송은강=온라인 상거래 분야에서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바일이 중요한데 여성이 타깃인 만큼 편하고 쉬운 게 중요하다. 모바일로 좋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여성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과 UI도 구현해야 한다. 이 부분이 충족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정진욱=모구지에 성공이 시사하는 점은.
▲송은강=패션 산업은 가격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코디, 추천 등이 중요하다. 모구지에는 산업의 특성을 잘 파악했다. 사용자 수요 변화에 과감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표]송은강 대표가 평가한 모구지에 (별 5개 만점)
[표]모구지에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