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톡의 중국 서비스가 한 달 넘게 차단된 현실은 외국기업에 불평등한 족쇄를 채우는 중국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행동 탓이다. 7월 초 불거진 이 문제는 양국 사용자에게 큰 불편을 줄 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연 브리핑 내용을 보면 중국 정부가 모바일 메신저 차단한 근거는 ‘테러 정보 유통’이다. 이슬람 지역에서 나온 테러 관련 정보가 라인과 카카오톡을 타고 전달된다는 말이다.
이는 명백히 근거가 부족하다. 테러 모의가 라인이나 카카오톡에서 이뤄졌더라도 서비스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는 부당하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메신저 기업의 협조를 얻어 테러범을 잡으면 그만이다. 중국 정부의 조치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쳤다고 특정 자동차 판매를 금지시키는 꼴과 다름없다. 백 번 양보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특수성을 고려해도 특정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면 해당 국가 정부에는 대략적인 내용이라도 공개해야 마땅하다.
인터넷 업계 종사자라면 삼척동자라도 라인과 카카오톡 차단의 반사이익을 중국 메신저 위챗이 얻는다는 사실을 안다. 중국 정부가 무리하게 자국 기업을 돕는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구글을 막은 덕분에 바이두가, 페이스북 불허로 웨이보가 돈방석에 앉은 사례도 있지 않은가.
의혹투성이인 중국 정부의 대책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의 무기력함도 답답하기만 하다. 미래부 인터넷정책관은 텐센트가 카카오톡의 2대주주라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 역학 관계를 모르는 말이다. 중국 텐센트는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을 서비스 중이다. 카카오톡 투자는 이미 지금 기업가치로도 충분한 이익을 남겼다. 오히려 위챗의 경쟁자 라인을 막는 게 텐센트 입장에서는 훨씬 이익이 된다. 세계 인터넷 업계는 플랫폼 패권을 잡기 위해 무한경쟁 중이다. 가뜩이나 역차별로 멍든 우리 인터넷 업계를 위해서도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외교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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