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면서도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 업계와 학계가 ‘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성형부터 소재 증착에 이르기까지 200℃ 이상의 고온 공정이 연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열에 취약한 값싼 재료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열을 다루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산학연 기술진은 저온 공정 해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열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높아졌다.
회로를 만드는 데 저온 공정이 가능해 진다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공정도 보다 간단해진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먼저 유리에 폴리이미드(PI) 레진을 바르고 TFT 공정을 거친 후 유리를 나중에 떼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이유는 플라스틱이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열에 견디는 유리를 이용했다가 나중에 떼어 버리는 식이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TFT의 경우 400도 이상의 고온 열처리를 거쳐야 한다.
공정이 간단해질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소재 가격도 낮출 수 있다. PI보다 열에 더 취약한 PET를 쓰게 되면 원가를 더 줄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수백도의 고온 열처리 없이 100도 이하 저온에서도 회로를 만들 수 있도록 자외선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증착 단계에서는 고온을 필요로 하는 플라즈마 소스를 아예 바꾸거나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는 방식이 대두되고 있다.
열을 다루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유리가 열을 받을 경우 수축하지만, 한번 수축한 유리는 그 이상의 온도로 높아지기 전에는 더 이상 수축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한 기술이 선수축이다. 특히 400도 이상 열처리가 들어가는 LTPS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600도 이상의 온도로 먼저 처리를 하면 LTPS에서 유리 불량률이 낮아진다.
이 외에도 소스가 비싼 레이저 대신 열을 이용해 컷팅을 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공정은 열 공정의 반복이라고 봐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저온 ITO 증착 등 저온 공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