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포츠 아나운서는 스포츠 채널의 ‘꽃’으로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경계에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 중계와 스포츠 관련 스튜디오 프로그램 진행은 물론, 각종 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한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어떻게 되는지, 화려한 이면에는 어떤 것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SBS스포츠(SBS Sports) 김세희 아나운서를 만났다.
◇스포츠 아나운서의 하루가 궁금하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한다면.
▲SBS스포츠에서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고 있다. 시즌 중인 프로야구 현장을 전하고 매주 목요일에 방송하는 ‘오픈 골프 쇼 체인지(Open Golf Show Change)’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나운서 꿈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다. 남에게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말하기 대회를 많이 나갔다. 그런데 아나운서 경쟁률이 높다는 소리를 듣고 한동안 방황했다. 대학교 3학년 말쯤에 정말 하고 싶은 건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나운서를 준비하다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히 스포츠 아나운서에도 관심이 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전국에서 하는 야구 특성상 파견이 많을 텐데, 하루 일과는 어떻게 이뤄지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부산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3연전을 하는 첫날에는 8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미용실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고 나면 10시 반. 서울역에 11시에 도착해서 기차를 탄다. 2시 넘어 부산에 내려 야구장에 도착하면 3시정도가 된다. 그때부터 기자와 감독들에게 그날 경기에 대해 듣고 사전 리포팅을 한다. 5시경 저녁을 먹고 최종점검을 한 후 6시 30분 경기가 시작하길 기다린다.
경기가 시작하면 중계석 옆에서 중계를 들으며 경기를 요약한다. 선수별로 메모를 하는데, 경기 중 부상선수가 나오면 예고에 없던 리포팅을 한다. 보통 3~4문장으로 요약해서 말한다. 경기가 끝나면 MVP 인터뷰를 한 이후 경기를 중계하는 중계진, PD 등과 함께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매우 힘들 것 같다.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3연전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가는 날에는 보통 기차를 타는데,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지면 예매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다. 심야 버스를 타고 새벽 4시쯤 서울에 도착한 적도 있고,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푹 잔 뒤 아침차로 올라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챙겨먹는다. 영양제도 먹고, 요가와 골프로 몸을 관리한다. 지금은 체력단련도 돼서 즐겁게 일을 즐긴다. 일주일이 굉장히 빨리 간다.
◇아나운서 준비, 학원은 기본만 하고 스터디와 한국어능력시험으로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선수, 감독, 기자 등 여러 사람과 대면하다 보니 공감능력이 중요하다. 감성적인 면이 중요한 방송에서 감성을 키우는 일도 빠질 수 없다. 영화관람, 독서, 여행 등으로 감수성을 풍요롭게 가꾸는 걸 추천한다. 해보지 않아 아쉽지만 많이 놀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순발력도 중요하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대본 없이 모두 즉각적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많다. 특히 리포팅은 대부분 생방송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실력이 느는 걸 느낄 수 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오래 다니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방송인의 기본인 발성, 발음, 자세만 교정하면 된다. 짧게는 세달, 길게는 다섯 달 정도를 추천한다.
시사상식 토론 스터디도 했다. 스터디 회원끼리 매일 신문을 보며 시사용어를 정리하고, 회원들 앞에서 10분정도 프로그램 진행하듯 시사 브리핑도 했다. 사건에 대한 전반적 이해는 물론이고 아나운서가 필요한 전달력도 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학교 교양수업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많이 하는 수업이었는데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평소에 TV로 아나운서 모니터링을 많이 해두는 것도 좋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그들과 비슷한 듯 다른, 또 다른 ‘나’가 될 수 있다.
-보통 스포츠 아나운서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나.
▲서류전형, 카메라테스트, 필기시험, 면접 순서로 이뤄진다. 카메라테스트는 화면에서 보이는 느낌, 그리고 발성과 발음을 본다. 카메라테스트 후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다. 보통 카메라 테스트의 기본은 ‘기본에 충실한 뉴스’다.
필기시험 실시 여부는 방송사마다 다르다. 하는 곳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지난해 류현진 선수가 몇 승을 했는지, SK의 김광현 선수 등번호는 몇 번인지 등 스포츠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된다고 들었다.
면접은 자기소개서 중심의 심층면접을 본다. 자기소개서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측해서 준비하는 게 좋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면접관들의 질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아나운서 시험은 이른바 ‘스펙’이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실기가 중요시되는 곳이다 보니, 스펙이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다고 할 수는 없다. 단, 한국어능력시험 자격증이 있으면 좋다. 방송국에 따라서는 이 자격증을 필수로 요구하는 곳도 있다. 생각보다 좋은 등급을 받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추천한다. 스펙만큼이나 자기 자신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파악하고 아나운서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좋다. 자신의 이미지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장점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스터디를 할 때 슬럼프가 왔다. 슬럼프가 오면 푹 쉬는 타입이라 일주일을 쉬었다. 다시 준비하려고 신문을 봤는데, 흐름이 끊겨 헤맸던 기억이 난다. 시사는 흐름이다.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가 우선이다. 내실을 가꾸길 바란다. 다른 사람과 많이 이야기 해보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시사상식과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김세희 아나운서는 어떤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가.
▲스포츠 아나운서란 전문지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의 애환, 뒷이야기를 전달해서 경기를 같이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아나운서, 마치 경기장에 함께 온 여자친구 같은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