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에너지 공기업이 물꼬 터

노조 반대로 막혀있던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의 물꼬를 에너지 공기업이 텄다.

한국서부발전은 공기업 최초로 직원 복지 제도 축소를 골자로 한 경영 정상화 방침에 노사 양측이 합의를 끝낸 데 이어 한국석유공사도 24일 전체 조항에 합의했다.

쟁점 사항인 퇴직금 기준에 경영평가 성과급을 산정하는 방안은 폐지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관까지 바꿨다. 성과급이 퇴직금 기준액에서 제외되면 퇴직금 자체가 줄어들어 노조의 반발을 사왔다. 한전이 앞서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퇴직금 문제는 8월로 미뤄놓은 상태였다.

서부발전과 석유공사가 노사 합의에 성공하면서 나머지 발전 자회사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부발전이 전체 조항에 합의하면서 반대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반대 성향이 강했던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16일 총 15개 과제 중에서 퇴직금을 제외한 14개는 잠정 합의했다. 한수원은 이를 두고 노동조합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거쳐 25일 조인식을 가진다는 계획이다.

발전노조 비중이 높아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한국중부발전도 전임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중부발전은 지난 21일 전직원 대상으로 복지 축소에 대해 찬반 투표한 결과, 62%로 찬성이 우세했다. 쟁점 사항인 퇴직금 성과급 산정여부는 8월 중 마무리 짓기로 했다.

노조가 정부 요구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던 한국남부발전도 최근 노조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자는 데까지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발전은 23일과 24일 2일에 걸쳐 특별 집중협의 시간을 갖고 이번 주 내로 합의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한국동서발전과 한국남동발전도 퇴직금 성과급 산정여부를 제외한 나머지 조항에 노사가 합의했다.

전력 공기업이 서두르는 이유는 정부 제재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기한인 8월 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경영평가 점수 하락과 임금 인상 제외, 기관장 해임 건의까지 하겠다고 예고됐기 때문이다. 경영평가 점수가 나쁘면 성과급이 없어 퇴직금 기준에 성과급을 산정해도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다.

발전회사 한 노조위원장은 “이번 노사합의는 절충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없다”며 “노사 합의 원칙은 노조원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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