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소득 4만달러 시대에 들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진입은 어렵지만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소재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때부터 벤처와 강소기업의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적·산업적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제조업이 세계 1~2등을 호령하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을 받쳐주는 소재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진입 장벽조차 높은 소재산업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재산업에서 수요자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거대 담론 수준에서 머무는 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끌고 이러한 발견이 신기술로 발전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우리는 당초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나 부정적 효과도 활용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한 예로 심장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했던 약이 임상과정에서 발견한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로 인해 비아그라로 불리며 전 세계시장을 호령했고 후속제약 개발을 선도했다. 당초 목표했던 심장병 제약시장보다 훨씬 큰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아직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도 있다. 광학성 소재가 장기보존 메모리 기능이 있다면 CD나 DVD와 같은 저장매체에 활용될 수 있지만 빠른 스위칭 기능을 가진다면 신호처리 소자 등에 적합할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는 미래사회의 소비자 트렌드를 주시해야 한다. 미래는 똑똑한 소비자(프로슈머) 시대다. 고가의 명품 패션 제품 하나를 구입해 오랜 기간 지겹도록 사용할 것인가? 동일한 지출로 저가의 다양한 패션제품을 구입해 상황에 따라 몇 번 착용하다 버릴 것인가?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완제품은 물론이고 소재나 부품 역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 기능이 곧 세계 최대시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인간 감성과 결합한 디자인이 제품 성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난달 구글이 샌프란시스코 구글 I/O 콘퍼런스에서 ‘물질 디자인(material design)’ 개념을 도입한 안드로이드 L을 선보였다. 휴대형 기기의 성능에서 쓸데없는 미적 요소는 작동 속도만 느리게 한다는 구글의 철학이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화면이 2차원의 평면 디자인에서 깊이를 가진 3차원의 물질 디자인으로 바뀌는 개념으로,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똑똑한 소재가 개발된다면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바로 미래 첨단소재에는 UI·UX 개념이 필수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소재산업의 현주소는 성장 동력의 한 축이 아니라 수입대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조업의 수요를 뛰어넘고 고부가가치 소재 자체의 세계시장을 열어가야만 한다. 요즘 SNS 등에서 꽃 사진과 함께 그 꽃이 풍기는 향기까지 배달될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모든 휴대형 단말기에 다양한 향기 소재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사진을 선택하면 곧 바로 전기적으로 향기 소재가 활성화된다면 가능할 것이다. 아직 세계시장에서 볼 수 없는 상상속의 소재를 그려보자. 새로운 소재산업 육성은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해당 기업들의 상상력과 창의적 발상이 서로 맞물릴 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lclab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