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혁신, 원가 절감에 유리
애플이 내년 하반기 내놓을 9.7인치 ‘아이패드 에어3(가칭)’의 디스플레이로 옥사이드(산화물) TFT LCD를 선택했다. LCD를 유지하면서도 소비 전력을 절반 이상 떨어뜨려 아이패드 전체 두께를 줄이는 등 디자인 혁신을 위해서다. 옥사이드 외에도 LCD 업그레이드를 위해 액정 기술에 상당한 변화를 줄 예정이다. 주요 공급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옥사이드 전환 투자에 나설 것도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9.7인치 아이패드용으로 옥사이드 TFT LCD 개발을 요청했다. 일본 샤프가 아이패드용 옥사이드 LCD를 생산하고 있으나 수율 문제 탓에 애플 사용량은 많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9.7인치 아이패드 전체에 옥사이드를 채택하기로 했다.
애플로선 레티나 디스플레이 이후 또 한번 혁신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얇고 선명한 태블릿PC를 내놓으면서 크게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옥사이드 LCD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소비전력을 비정질실리콘(a-Si) 방식에 비해 대폭 낮출 수 있는데다 오프 저항이 커 누설 전류가 낮다. 또 전자이동도가 높아 최소 전력으로 구동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패널(TSP)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에도 옥사이드 LCD가 효과적이다. 보통 TFT 회로에서 미약한 전자기적 노이즈가 발생해 터치 센서 인식에 방해를 주지만 옥사이드 방식은 휴지 구동이 가능해 노이즈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투자비가 적어 생산 원가도 낮출 수 있다. 전력 소비가 적어지면 배터리를 줄일 수도 있어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진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옥사이드 LCD의 수율은 낮은 편이었다. 다른 태블릿PC업체들도 이같은 문제 때문에 저온폴리실리콘(LTPS) 방식의 LCD를 선택했다.
애플이 옥사이드 LCD를 선택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전환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비정질실리콘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스퍼터 등 일부 장비는 소재 특성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애플은 옥사이드 외에도 내년 아이패드에 최신 액정 기술을 대거 도입할 계획이다. 액정도 기존의 P형(positive) 액정이 아닌 N(negative)형 액정을 채택했다. N형은 높은 투과율을 가져 휘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으며, 동일한 휘도 스펙에서는 소비전력을 낮추거나 색재현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는 해상도가 뛰어나지만 소비전력이나 색재현성 면에서는 OLED에 뒤질 수 있다”며 “공급망 여건상 LCD를 채택해야 하는 애플은 액정으로도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