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즈] 출고가가 50만 원이 훌쩍 넘는 날개 없는 선풍기가 잘 나간단다. 이 제품을 만들어 파는 다이슨은 안전성과 청소의 편리성을 내세우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날개가 없다니 안전한건 분명하다. 게다가 날개가 없어 곁만 닦으면 된다고 이야기하니 편해기까지 하다. 언뜻 보면 맞는 이야기같다. 하지만 공기를 본체로 흡입해 바람을 내뿜는 구조이기에 내부 청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날개만 청소하면 되는 기존 선풍기 보다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본체 내부 먼지 덕지덕지?
다이슨이 날개 없는 선풍기에서 내세우는 강점 중의 하나가 기존 선풍기처럼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선풍기 청소는 꽤 귀찮은 일이다. 여름 한 철 선풍기를 쓰고 나면, 날개와 보호망에는 먼지가 덕지덕지 달라붙게 된다. 청소를 안 할 수 없는 셈. 이에 비하면 다이슨은 날개와 보호망이 없으니 이를 분리해 청소할 필요가 없다. 그냥 외관만 닦으면 된다고 다이슨은 말하고 있다.
정말 곁만 닦으면 끝일까? 다이슨 선풍기는 몸체에서 공기를 흡입해 상단의 원형으로 끌어올려 바람이 부는 방식이다. 몸체에는 모터가 있고, 바람을 흡입해 위로 보내는 비대칭 고리 모양의 프로펠라 같은 부품이 존재한다.
선풍기를 오래 쓰면 돌아가는 날개에 먼지가 눈으로 확인될 만큼 상당히 붙게 된다. 과연 다이슨의 몸체에 들어가는 프로펠라 부품에는 먼지가 붙지 않을까? 직접 분해해서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여름동안 쓰고 나면 먼지가 잔뜩 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몸통 내부로 공기가 흐르기 때문에 이 안에도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다.
다이슨 관계자에는 내부는 청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과연 괜찮은 걸까? 먼지는 계속 쌓이게 될 것이고, 각종 세균이 증식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상태에서 선풍기를 켜게 되면 고스란히 사람이 흡입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선 내부 청소를 개인이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약한 바람
바람의 세기는 기존 선풍기에 비해 약한 편이다. 직접 써본 ‘다이슨쿨 AM07’은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바람의 세기는 총 10단계였다. 일반 선풍기에 비해 촘촘한 바람 단계를 제공하긴 하지만, 최대 세기로 틀어도 바람은 제법 약하게 느껴진다.
이는 날개 없이 바람을 불게 하는 다이슨 선풍기 특유의 방법으로 바람 세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이슨 선풍기에도 모터가 쓰인다. 모터는 동그란 원형 아래 본체에 들어 있으며, 본체의 촘촘한 구멍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위쪽으로 배출하면, 동그란 원형의 틈에서 바람이 나온다.
기존 다이슨 선풍기는 이 때문에 소음이 상당히 심했다. 그나마 이번 신제품은 소음을 75% 줄인 탓인지 크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소음은 줄었지만, 바람은 여전히 약한 편이다.
날개 없어 안전
선풍기에 날개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안전성에선 기존 선풍기보다 우수하다. 기존 선풍기는 날개가 고속으로 회전하다 보니, 어린이가 멋모르고 손가락을 넣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에 비해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는 이런 위험이 전혀 없다.
지난 일주일간 기회가 되어 ‘다이슨쿨 AM06’을 써봤는데, 확실히 날개가 없어 좋긴 하더라.
왜 한국선 더 비싸?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는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고가에 팔리고 있다. 가격 책정은 제조사가 정하는 것이니 그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해외와 국내의 가격 차다.
직접 사용해본 다이슨쿨 AM06은 10인치와 12인치 2가지 모델이 있다. 이들의 국내 출고가는 54만 8000원과 64만 8000원이다. 하지만 다이슨 해외 공식 온라인몰에서 확인한 10인치 가격은 299.99달러. 아마존에서도 이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관세와 배송비 포함해서 40만 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는 것. 한마디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국내에 출고한 것이다.
살까? 말까?
2~3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선풍기가 수두룩하다. 조금 비싼 선풍기라고 해봤자 10만 원 정도다. 그에 비해 다이슨 선풍기는 턱없이 비싸다. 과연 그 정도의 돈을 내고 살 가치는 있는 제품일까?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은 다르지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김태우 기자 t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