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개방 혁신과 LG의 도전

Photo Image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 초일류 기업, 무자비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멜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라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하나 더 추가할 게 있다. ‘개방 혁신(Open Innovation)’이다. 기업에 필요한 혁신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내부 정보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는 혁신이다. 120년이 넘은 이 회사는 개방 혁신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젊은 기술기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GE는 2010년 에너지 분야를 시작으로 웬만한 고민거리를 개방 혁신으로 해결한다. 핵심 사업인 항공엔진과 헬스케어 분야 도전 과제를 내걸고 세계 엔지니어, 과학자로부터 해결책을 모은다. 필요하다면 내부 정보도 기꺼이 개방한다. 지난 2월에는 가전제품 디자인과 기능 개선을 공개적으로 겨루는 해커톤(해커+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GE도 개방 혁신 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편이다. P&G와 유니레버와 같은 소비재 기업, IBM과 지멘스와 같은 보수적 기업, 특허가 전 재산인 글로벌 제약회사도 외부와 협력하는 개방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극적인 사례는 레고다. 이 블록장난감 회사는 애써 개발한 신기술을 해킹 당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시들해졌던 레고 애호가 관심을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레고 경영진이 세계 레고 팬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아이디어 소싱 사이트를 만든 이유다.

기업이 기술과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은 금기다. 이것 자체가 자산이며, 알려서 좋을 게 없다. 그런데 기업 내부 역량만으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 세상 변화를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혁신 기술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멀쩡한 기업을 망가뜨릴지 모른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 이 생각이 바로 개방 혁신이다.

기술과 R&D에 집중된 혁신은 사업, 가치사슬, 업무 프로세스, 조직 문화까지 기업 경영 모든 분야로 넓어졌다. 혁신 속도 또한 갈수록 빨라진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새 기술과 아이디어, 사업 모델이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망을 타고 실시간으로 퍼진다. 잠재 위협 증가 속에 개방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물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은 정보 유출, 복잡한 사후 관리, 내부 혁신 역량 약화와 같은 부작용도 있다. 세계적 유행이라고 무턱대고 받아들일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개방 혁신을 하려면 그 역량부터 갖춰야 한다. 필요성부터 성과물까지 잘 판별하는 능력이다. 기존 관성에 얽매인 사고틀로 개방 혁신을 시도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LG전자가 지난주 개방 혁신을 선언했다. 누구나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플랫폼을 개설했다.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해 새 가치를 창출하고, 기여도에 따라 수익도 공유한다. 기술과 기업 인수, 합작까지 가는 외국 개방 혁신 사례와 비교해 초보적이다. 하지만 그간 외부와 담을 쌓고 지낸 대기업이 그 벽을 허무는 시도 자체가 신선하다.

이 개방 혁신 선언은 최고 평가를 받으며 LG를 아이폰 충격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한 ‘G3’보다도 더 의미 있다. G3로 이길 수 있는 것이 갤럭시S5, 아이폰이라면 개방 혁신으로 넘을 수 있는 것은 삼성, 애플이기 때문이다. 이 도전은 과연 성공할까. 모든 것은 LG 내부의 개방 혁신 역량과 의지에 달렸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