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이 레일 위를 돈다. 겉보기엔 여느 초밥 가게와 다름없다. 하지만 초밥이 일정 시간을 지난 상태로 레일을 돌고 있으면 경고등이 켜진다. 그러면 요리사는 해당 초밥 접시를 치워 보다 신선한 음식을 손님에게 건넨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위치한 한 초밥집의 실제 모습이다. 이 가게는 초밥 접시 아래에 전자태그(RFID)를 달아 이처럼 시간을 관리,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LG히다찌가 구축한 이 시스템은 ‘후레시 푸드 트레이서(Fresh Food Tracer)’로 불린다. 신선식품이나 식재료의 취급 이력을 추적하고 신선도를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무선인식 기술인 RFID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사물인터넷(IoT) 사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 해 200여 건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다. 식중독 환자는 연간 7000여명에 이른다. LG히다찌는 이 점에 착안했다. 식중독 발생 요인을 모니터링해 관리할 수 있다면 사업적으로도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 관련 솔루션들을 개발했다.
초밥집에 구현된 시스템은 매장 내 온도와 습도 등을 고려, 초밥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시간을 설정하도록 돼 있다. 이를 초과하는 요리는 폐기해야 한다. 특히 이 시스템은 폐기뿐만 아니라 판매 제품의 정보 수집이 가능해 날씨·행사·기념일 등 다른 정보와의 통합 분석으로 수요예측과 최적화된 식재료 발주 등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때문에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LG히다찌 관계자는 “초밥과 같은 조리식품 외에도 식재료까지도 신선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며 “유치원과 같은 단체급식이나 백화점·호텔 등과 같은 고급 음식점에서도 식재료의 반출입, 보관, 유통, 배송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유통 분야에 RFID를 접목하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LG히다찌는 기존 RFID의 대표적인 단점이던 태그 인식률과 장비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기술을 개발, 원거리에서도 오류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대응이 가능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