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사가 파라자일렌(PX)공장을 다 지어놓고 시황 악화 때문에 준공을 뒤로 미루고 있다. 원료 가격도 안 나오는, 바닥 수준인 가격이 회복되면 새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PX 생산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9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PX공장 증설을 예정했던 SK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이 각각 연산 100톤 규모 PX공장을 증설하고 준공까지 마쳤지만 상업생산이 아닌 시험가동만 진행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합작 투자해 건설한 연산 100만톤 규모 PX공장을 지난 5월 준공했다. 당초 계획은 6월께 상업생산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 공장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에 막혀 수년간 지지부진했지만 올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으로 의무 보유 지분이 50% 이상으로 완화됨에 따라 숨통이 트였다. 우여곡절을 거쳐 공장을 다 지었는데 이번에는 시황 때문에 준공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토탈 역시 1조60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100톤 규모 PX공장을 지난달 준공했지만 시험생산만 진행하고 있다. 투자비 상당 부분을 차입금으로 충당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PX를 상업생산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할 입장이지만 시황악화 영향으로 이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이달부터 알뜰주유소 2부 시장 석유제품(휘발유·경유) 공급이 시작돼 PX원료인 나프타 생산설비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황 때문에 새로 증설한 PX공장 상업생산 개시일을 조율하고 있지만 나프타 저장시설 한계 때문에라도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화학사가 PX공장을 지어놓고 상업생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PX가격이 폭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평균 PX가격은 톤당 1476달러로, 높을 때는 1600달러대까지 형성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평균 PX가격은 1246달러로 지난해보다 230달러 하락했다. 올해 들어 더 내려간 PX가격은 5월까지 1100달러 대를 이어가다 지난달 1300달러 수준을 회복하고 7월 첫 주 1390달러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면화가격이 폭락하면서 PX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 가격 상승세가 다시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PX는 폴리에스테르 섬유 기초재료로 면화 가격이 떨어지면 폴리에스테르 섬유 가격도 내려가고, 그 기초재료인 PX 수요가 줄어 가격 하락 요인이 된다.
파라자일렌(PX)=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와 혼합자일렌(MX)에서 얻어지는 기초 원료다. 중간제품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를 거쳐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PET)병, 필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파라자일렌 가격 추이( 단위:톤/달러) / 자료:FOB KOREA>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