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고시 제정을 놓고 관련부처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래부가 휴대폰 제조사의 장려금과 이동통신사 지원금을 분리해 알리는 이른바 ‘보조금 구분공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방통위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가 오는 9일 위원회 회의에 단통법 고시안을 상정할 예정인 가운데 10월 이후 이통사와 제조사 간 보조금을 구분하는 구분공시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7일 정부부처와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최근 방통위와 단통법 고시 제정 작업을 하면서 “제조사와 이통사 보조금 구분공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미래부가 구분공시를 주장하는 것은 단통법 주요 취지 중 하나인 ‘분리요금제’ 때문이다. 분리요금제가 실현되면 소비자는 단말할인과 요금할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단말 유통과 이통사 요금제를 분리시켜 고가 단말·요금제로 소비자를 이끄는 판매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분리요금제는 이미 단통법 법률안에 포함돼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 간 구분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총액(이통사 지원금+제조사 장려금)으로 표시되면 이는 분리요금제 정착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크다.
예를 들어 자급제 폰을 구매한 고객이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면 이통사는 자신이 제공한 지원금만큼만 할인을 제공하지만 공지된 전체 보조금 금액은 이와 차이가 난다. 시장에 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구분공시가 이뤄져야 분리요금제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방침을 기본으로 방통위와 논의했다”고 말했다.
구분공시에 반대하는 쪽은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다. 기간별, 단말기별로 집행하는 장려금 규모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1위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는 단통법 제정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법 자체를 반대해왔다. 결국 단통법은 제조사가 정부에 제출하는 장려금 자료를 제조사별이 아닌 제조사 합산제공으로 수정한 뒤에야 통과됐다.
방통위는 9일 전체회의에 올라갈 고시 내용을 두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보조금 상향규모 등은 윤곽을 잡았지만 보조금 공시방법에 대해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분공시에 준하는 ‘제3의 답’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장려금을 정부가 따로 보고를 받거나 이통사가 이통사 지원금만 공시하는 것도 허용하는 안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분공시를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제조사 장려금을 추산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알 수 있게 하는 방안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급제폰 이용자용 약관에 따로 할인율 산정 공식을 적용하는 방법 등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휴대폰 유통구조가 별도 법으로 제정되는 마당에 소비자 혼란을 일으킬 명분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가 제조사에 규제를 가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단통법 이후 규제상황에서 불거질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구분공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