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이 더콘테스트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코스콤 후원으로 진행하는 ‘내가 바로 전자신문 칼럼니스트’ 6월 당선작은 문형철(한국외국어대학교)씨의 ‘출연연이 부르는 렛잇고’입니다. ‘ 사업화와 중기지원’이란 전자신문 기사로 출연연 정책의 중요성을 짚었습니다. 진행 중인 7월 공모전에 대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문형철(필명 문정·한국외국어대학교 광고홍보학과)
한여름이 다가오건만,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영화 ‘겨울왕국’의 히트곡 ‘렛잇고(Let it go)’가 울려 퍼지고 있다. 전자신문 6월 1일자 기사 ‘사업화와 중기지원’이 조명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출연연의 역할은 국가과학기술발전을 위한 ‘연구’인데, 나라는 이제 출연연에 돈이 되는 사업 역량을 기르도록 요구한다. 소관부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출연연이 기술 사업화와 중소기업 지원 부분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회유와 강압을 번갈아 하지만 출연연의 노력과 성과가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출연연의 연구비와 운영기금은 국민의 세금을 통해 나오는 만큼 출연연이 국민을 위해 기여해야함은 마땅하다. 출연연이 일반 기업과 다른 특성도 바로 공익성이다. 출연연이 보유한 서랍 속 기술을 꺼내 창업 및 사업화 지원을 실시하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연구에 충실해야할 출연연을 통해 정부가 단기적 성과를 달성하려는 모습은 ‘과유불급’이다. 출연연 일부는 오래전부터 연구소 기업을 설립하고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 사업화와 중기지원을 위한 많은 노력을 들여왔다.
미래부 소관 출연연은 총 25개로, 그 숫자만큼이나 연구 분야도 다양하다. 핵융합·천문·한의학·항공우주·원자력·전자통신·철도·지질·화학 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를 다룬다. 출연연이 그간 국가에 이바지한 성과도 상당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가 전자통신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룩하고, UAE 원전 수출을 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출연연은 새로운 시발점에 서 있다. 출연연 역할에 대해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하지만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없다면, 새 역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출연연 저마다의 특색을 간과한 채 획일적 평가 방식을 통해 단기 성과만 강요한다면, 자율성과 창의성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
출연연에 해야 할 일은 오히려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아닐까. 과학자들이 보다 창의적 연구에 과감히 도전하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행정적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복지 환경을 개선해 우수한 과학자들이 출연연에 찾아와 머물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출연연의 연구 환경에도 분명 ‘가시’가 있다. 이것을 뽑지 않고 미루다 보면 우수한 과학자는 언제든 ‘렛잇고’를 부르며 떠나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