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공무원의 `결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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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다. ‘관피아’로 대변되는 기업과의 유착관계와 비리 등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어서 국민의 배신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정부부처를 취재하면서 가까이에서 지켜본 기자로서 모든 공무원이 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만난 한 공무원의 신세 한탄이 여전히 귓가에 쟁쟁하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인 A씨는 공직에 진출한 계기가 “아버지가 사업상 면사무소 공무원의 허가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의 횡포를 보면서 커서 훌륭한 공무원이 돼서 문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주말도 없이 열심히 일해왔다”면서 “힘들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공무원이 국민의 적으로 매도되는 현실을 보며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에 관피아와 비리 척결의 회오리가 몰아쳤고, 이후 공무원들에게는 실망감과 자괴감이 후유증으로 남았다. 실제로 최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무원의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 전에 나가려는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공직사회를 겨냥한 비난에 대한 실망감과 상실감으로 떠나는 사람도 상당수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결자해지라는 고사성어처럼 매듭을 만들었던 사람이 결국 매듭을 풀어야 한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인 공무원들뿐이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과감히 개혁하고,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갔던 것들도 이 기회에 털어내야 한다. 사명감으로 다시 뛴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힘들더라도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공직 사회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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