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문제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 기업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정부와 가정이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기업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손인춘 의원실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과도한 게임이용 문제, 올바른 진단과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서는 기업에 지나치게 책임을 묻는 정부와 국회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손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게임사로부터 매출 1%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기금으로 징수하고 중독을 유발하는 게임의 제작·배포를 금지하는 등 주 문제 원인과 책임 당사자로 게임사를 지목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치유기금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도 일방적으로 게임 회사가 지불하도록 해 반발을 샀다.
이헌욱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는 “아이를 방치했다가 살해한 아버지, 총기난사 사고를 일으킨 군인 등의 사례를 보면 모든 문제 원인을 게임 탓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사회적 편견과 언론의 과도한 비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건사고의 ‘원인’은 게임 중독이 아니라 심리적 좌절이나 낮은 자존감, 트라우마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기업에만 책임을 묻고 정부·학교·가정이 자기 몫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 행정규제나 국회 입법규제는 자율규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동원하는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논란이 된 입법안은 과도한 책임을 부과했지만 업계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어 되레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문화부, 여성부, 복지부, 교육부로 나뉘어 문제를 다루다보니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어 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며 “뉴미디어 산업 대처가 미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주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이나 사회 문제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성은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당연히 벌어지는 문화심리학적 현상”이라며 “게임이 피할 수 없는 큰 문화 흐름이라는 점에서 댐을 만들어 잠시 문제를 차단하기보다는 배를 만들어 환경에 적응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손인춘 의원은 총평에서 “산업과 사회가 어떻게 게임중독 문제를 풀어나갈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굉장히 실망스럽고 게임중독으로 고통 받는 가정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며 “게임 산업을 망치기 위해 법을 만든 게 아닌데 규제만 얘기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2개 법안은 새로 꾸려진 여성가족위원회 회의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게임개발자연대(대표 김종득)는 1일 서병수 신임 부산시장을 상대로 손인춘법 공동 발의로 게임산업 종사자와 게이머에게 상처를 입혔음을 공식 사과하고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연대 측은 답변이 없으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의 개최 반대 행동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