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사막의 땅 이스라엘이 어떻게 전세계 IT벤처의 천국이 됐을까. 국가 경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벤처 열기가 시들한 일본이 ‘이스라엘 배우기’에 나섰다.
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 군대는 시간만 때우는 곳이 아닌 ‘벤처의 요람’이라고 분석했다. 또 민간 시장의 자금은 벤처 지원의 젖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벤처, 세계가 주목
구글은 지난해 길 안내 외에도 정체·사고 정보, 경찰의 단속 상황까지 음성으로 알려주는 소셜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인 ‘웨이즈’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일본 라쿠텐도 지난 2월 무료 통화 앱 메신저 업체인 ‘바이버 미디어’를 935억엔(약 9352억원)에 사들였다.
최근 반도체 수탁생산 벤처인 타워 재즈는 파나소닉의 반도체 공장을 인수하기까지 했다. 온라인 결제시스템 페이팔과 보안업체 체크포인트 역시 대표적인 이스라엘 대표 벤처다.
◇군이 벤처의 요람
니혼게이자이가 주목한 것은 이스라엘의 군 체계다. 징병제임에도 불구, 양질의 인력이 복무기간중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연마해 제대한다.
입대시 성적 우수자는 정보 기관 외, 군사 기술을 개발하는 ‘탈피옷’이라는 부대에 배속된다. 고등학교 졸업 상위 2%에 해당하는 이들은 10:1의 경쟁률을 뚫고 이 곳에 들어온다.
USB 저장장치를 비롯해 야전용 전자지도, 전투기 조종 훈련 시뮬레이션 SW 등이 탄생한 곳이 바로 탈피옷이다.
이스라엘 전국에 산재한 20개의 창업지원센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활발하다. 정부의 심사만 통과하면 최대 8000만엔의 보조금을 획득, 2년간 유망 기술의 사업화를 차분히 준비할 수 있다.
◇민간 자금, 벤처 IPO의 마중물
지난해 이스라엘 벤처의 기업공개(IPO) 및 인수 총액은 42억 달러로 지난 10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스라엘 벤처의 총 IPO규모는 5억7000만 달러로, 이미 전년 대비 58% 늘었다. 데이비드 헬러 벤처캐피탈리스트는 “UBS나 드레스너 등 유럽의 금융 기관과 펀드들이 이스라엘 벤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본의 통신 관계 파트너와 유망 벤처를 발굴 중”이라고 밝혔다.
나카니시 히로 니혼게이자이 편집위원은 “1990년대 구소련 출신 고급 기술자들의 유입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벤처 붐은 2000년대 들어 팔레스타인 문제와 IT거품 붕괴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의 관련 지원 예산이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VC펀드 규모 벤처기업 IPO 자금조달액 추이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