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없이 글로벌 무대에서의 K콘텐츠 확장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방송학회는 29일 서울 그랜드센트럴 오디토리움에서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전환의 가능성을 묻다'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 OTT 산업의 현실과 글로벌 진출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발제에 나선 조영신 퓨처랩 박사는 '한국형 글로벌 OTT는 가능한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서, 한국 미디어 시장 15년을 돌아보며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그는 “국내 OTT는 초기에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크고 작은 합종연횡에도 글로벌 플랫폼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넷플릭스 한국 진출 이후 티빙과 웨이브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두 플랫폼 모두 누적 적자가 심화돼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아도 유통 주도권이 글로벌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국내 제작사가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내수 시장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장기적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형 글로벌 OTT 구축 가능성에 대해서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북미와 유럽 시장은 현실적으로 진출이 어렵고, 동남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삼아도 콘텐츠 수급 비용과 초기 손실 부담을 감안하면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조 박사는 “K-OTT가 글로벌 시장을 논하기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강력한 로컬 OTT'로서의 존재감 확립”이라며 “글로벌 진출은 잠시 미뤄두더라도 강력한 로컬 OTT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위해서 미뤄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업계 측면에서 '단일 토종 OTT'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참석자들은 “개별 OTT로는 글로벌 플랫폼과 대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티빙과 웨이브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유통 주도권 회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통합 OTT 출범 시 기대되는 효과로는 △글로벌 OTT에 대한 협상력 강화 △K-콘텐츠 제작·유통 효율성 증대 및 투자 활성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이 꼽혔다. 통합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 산업의 자생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협상력을 갖춘 대표 사업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지속가능한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티빙-웨이브 통합이 선결 조건”이라며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 실질적인 화학적 통합을 통해 플랫폼 자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콘텐츠에 있다”며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광고 규제 완화, 세액 공제 제도의 상시화, 문화 전반으로의 세제 지원 확대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