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조기 진로교육이 히든챔피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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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시행된 진로교육 의무화 정책이 그 시발점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진로 교육 강화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일선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고교생은 연 2회 이상 진로심리 검사와 진로상담을 받고,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각 1회 이상 직업 체험을 해야 한다.

쏟아지는 관심은 정책 변화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자녀 교육과 진로에 유독 애증이 깊은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만히 앉아서 정책을 쳐다볼 리 만무하다. 이미 학부모 5만명이 진로코치 연수를 받는 등 자발적인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다. 조기 진로교육이 입시 위주로 재편돼 있는 기형적인 한국 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교육계와 사회 전반의 공감이 정책에 탄력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조기 진로교육은 교육계뿐 아니라 산업계의 해묵은 문제를 풀어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산업계는 지속적으로 인력 편중 현상에 시달린다. 대기업으로 인력이 쏠리고, 중견과 중소기업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고민이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구직자는 눈높이가 높은 데 비해 정작 중견·중소기업은 이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과잉 스펙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교육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원하는 스펙하고는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독일·핀란드 등은 조기 진로교육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독일은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자를 제외한 과반수의 학생이 체계적인 직업 교육을 받는다. 청소년은 다양한 직업과 직종에 몸담고, 자신의 흥미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교실과 캠퍼스에 갇히기 보다는 현업으로 뛰어들어 전문 분야를 가진 중견·중소기업에 눈을 돌려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맞춤형 인재가 된 학생들은 졸업 후 제조업 강국 독일 기능 인력의 중추로 성장한다. 독일의 낮은 대학 진학률과 수많은 히든 챔피언의 상관 관계는 우연이 아니다.

단기간에 독일의 산학 연계시스템을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소기업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훌륭한 인재가 중소기업을 기피한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공계 청소년을 현장으로 부르고, 기술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제조업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술의 위치에 대한 인식을 불어넣어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며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진로교육은 독일과 핀란드처럼 현장실습과 인턴십 등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지금으로선 장벽이 높다. 가장 현실적인 프로그램은 직업 체험이다. 직업체험을 통해 청소년은 자신의 적성을 탐색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자기 진로를 찾는 원천을 만날 수 있다.

청소년 직업 교육을 위한 다양한 기업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내가 속한 회사도 올해 반도체산업을 궁금해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중견·중소기업도 고질적인 교육 문제에서 벗어나 청소년에게 꿈을, 중소기업에 비전을 보장하는 직업체험에 동참하길 기대해본다. 직업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과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의 사전 공감과 이해가 높을수록 서로 매칭될 확률이 높다. 무조건 회사 간판만 보고 일자리를 찾거나 대학 간판만 보고 인재를 채용하는 시대는 구시대적인 접근법이다.

설명환 바른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beccokr@b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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