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망치는 ‘SK텔레콤’

가계비 지출에서 통신비의 비중은 제법 높은 편이다. 작년 통계청이 밝히 내용을 보면, 2013년 1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실질가격 기준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5만 7579원으로 조사됐다. 2008년 1분기 13만 4086원에서 5년 동안 17.5% 늘었다. OECD가 2년마다 발표하는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를 보면 2011년 기준 한국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액은 148.39달러로 일본(160.52달러), 미국(153.13달러)에 이은 3위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통신비 20% 경감을 공약을 내걸었으며, 박근혜 정부도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통신비는 부담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카드 중의 하나가 ‘알뜰폰’이다. 알뜰폰은 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를 말한다. SK텔레콤처럼 이동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려면, 주파수 사용료 및 장비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유지, 보수, 운영 등 연간 수 천 억 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그런 연유로 이통사들은 높은 요금제를 유지하며, 이를 정당화한다. 이에 비해 알뜰폰 사업자는 이동통신망을 빌려 쓰고, 이통사에 적절한 비용을 낸다. 이통사의 망을 쓰기 때문에 통화 품질은 동일하지만, 망 구축에 들어가는 돈이 없으므로 저렴한 비용에 서비스할 수 있다. 기본료가 이통사보다 저렴하고, 1만 원대 구성의 요금제가 많은 이유다.

알뜰폰이라는 단어는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012년 도입된 용어다. 국내는 2004년부터 알뜰폰 서비스가 시작되었지만,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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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알뜰폰 시장에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진출해 있다. 자회사인 SK텔링크가 알뜰폰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동통신망을 가지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 SK텔레콤이 저가 요금으로 대변되는 알뜰폰 사업을 하고 셈.

SK텔링크가 방통위로부터 알뜰폰 시장 허가를 받은 것은 2012년 5월. 당시 방통위는 계열회사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가능성을 우려해 결합판매 행위제한, 판매영업 관련 공정경쟁 의무, 도매제공 용량 제한, 제공서비스 제한 허용 조건을 달았다.

쉽게 이야기하면 SK텔링크는 판매에 대해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런 연유로 SK텔링크는 SK텔레콤 유통망이 아닌 홈쇼핑, 홈페이지, 편의점 등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대리점도 SK텔레콤과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 약속과 다르게 이른 부분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 지난 5월 13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14년 1분기 SK텔링크 업체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접수된 불만 중 대부분이 ‘유사상호’와 관련된 피해다. 상담원이 SK텔레콤이라고 하거나 SK라고만 소개하고, SK우수 고객을 위한 혜택인 것처럼 말해 소비자는 SK텔레콤인 것처럼 오해를 사게 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SK텔링크는 동일한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명칭이 유사하고, SK텔링크는 SK텔레콤의 자회사다. 하지만 이 둘은 별개의 사업자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는 SK텔레콤인 줄 알고 가입을 한 것.

이외에도 SKT 내 SK텔링크 TFT 구성, SKT 모바일 인력 우회 지원, SKT 대리점 활용한 SK텔링크 가입자 모집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 중의 하나가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 SK텔링크의 가입자 폭증이다.

평소 SK텔링크의 순증 가입자 수는 그리 높지 않다. 1위 업체의 CJ헬로비전의 20% 안팎이었지만, 영업정지만 시작되면 SK텔링크의 가입자 수는 CJ헬로비전의 70~80% 수준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영업정지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 수준으로 내려간다. SK텔레콤이 영업 정지 기간에 SK텔링크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시장 점유율 50%를 지켜내는 것도 SK텔링크 덕이라는 이야기까지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고 말한다. SK텔링크와 관련해 어떠한 지원도 하고 있지 않으며, 영업정지 기간 동안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SKT 망의 후광효과 홈쇼핑 등 마케팅 채널 다변화에 따른 것이란 설명. 하지만 영업정지 기간만 가입자가 늘고,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설명으론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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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똑닮은 SK텔링크 로고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총 28개. 숫자는 많지만 이통 3사에 비하면 경쟁력은 열악하다. 다행히 저렴한 가격 덕에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가입자 수를 보면, 286만 여명을 넘겨 시장 점유율 5%를 돌파한 상태다.

기존 이통사의 눈으로 보면 썩 달갑지는 않은 상황이다. 자신들의 고객이 이탈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리한 SK텔레콤은 SK텔링크를 앞세워 재빠르게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자회사인 SK텔레콤이 더 중요한 탓에 SK텔링크는 시장 점유율 50% 방어, 모회사의 보조금 규제회피, 기존 알뜰폰 사업자 견제 등으로 쓰이고 있다. 알뜰폰 시장 성장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에 대해선 어떠한 처벌도 받고 있지 않다. 이런 이득을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최근 이들도 알뜰폰 진출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행법상 이들의 진출을 막을 명분이 없다 보니, 진출이 이미 확정적이다. 알뜰폰 시장마저 이통 3사가 장악할 것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김태우 기자 tk@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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