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평사원 출신 CEO 시대 개막

국내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넥슨과 NHN엔터테인먼트가 창업 후 처음으로 평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 시대를 열었다. 창업자, 혹은 외부 영입 인력이 20년 가까이 회사를 키워왔지만 출발부터 그 기업의 DNA를 가진 인재에게 새로운 도전을 맡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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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박지원 신임대표와 NHN엔터테인먼트 정우진 신임대표는 신입사원 출신 CEO라는 공통점이 있다. 1975년생 정우진 대표는 2000년, 1977년생 박지원 대표는 2003년 각각 입사했다. 두 사람 모두 개발이 아닌 사업과 전략을 담당해왔다.

지난 20여년간 넥슨과 NHN엔터테인먼트는 창업자 위주의 경영을 펼쳐왔다. 넥슨은 김정주 회장을 시작으로 최승우, 강신철, 서민 대표 등 초창기 창업 멤버들이 회사를 꾸려왔다. 4월 CEO가 된 박지원 대표는 11년 동안 경영기획실장과 운영본부장, 해외사업총괄이라는 경영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공채 출신 박지원 신임 대표가 부임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네오플도 1979년생인 이인 대표 체제로 바꾸며 힘을 실었다.

지난 1998년 한게임으로 출발한 NHN엔터테인먼트도 김범수 현 카카오 의장이 한게임을 설립한 후 창업 멤버인 김정호 대표에 이어 정욱, 이은상으로 이어지는 외부 영입 전문가가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 1월 취임한 정우진 대표는 2000년 검색기술기업 서치솔루션에 입사해 2001년 합병 당시 NHN에 합류했다. 13년간 미국법인 사업개발그룹장, 캐주얼게임사업부장, 게임사업총괄사업센터장 등 게임사업 경력을 두루 쌓았다.

국내 게임업계 대표 격인 넥슨과 NHN엔터테인먼트가 공채 출신 대표체제로 전환한 배경은 방대해진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해진 경영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창업자가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쏟더라도 안정적 조직 운영이 유지하려면 사업 경험을 갖춘 내부 전문가가 진두지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돌리는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즉각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조직 체계와 추진력도 갖췄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는 만큼 사업 아이디어 발굴과 게임 개발은 벤처 정신을 살리고 경영 전략과 운영은 전문성과 체계성을 살리는 복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30대 ‘젊은 CEO’라는 점도 조직에 활력을 준다. 성과 위주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분위기에 맞게 나이와 학벌을 떠나 능력 위주로 인재를 기용하는 방침은 좋은 본보기를 낳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업 초기와 달라진 조직 체계를 이해하고 역할분담을 제대로 지시할 수 있는 다듬어진 인재가 필요하다”며 “사업 경험을 쌓은 젊은 공채 출신들이 대표이사까지 맡은 사례는 기존 조직에 충성심을 높이고 변화를 일으키기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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