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그라K1의 진짜 야심 “PC·콘솔·모바일 경계 허문다”

[테크홀릭] 올해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4를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보리밭에 미스터리 서클이 등장했다. 이 미스터리 서클은 엔비디아가 CES2014 기간 중 발표한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인 테그라K1(Tegra K1)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표현하기 위해 프로젝트 192(Project 192)라는 이름을 내걸고 예술가를 동원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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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이런 미스터리 서클을 선보인 이유는 테그라K1이 내장한 그래픽 코어 192개 같은 기술이 지구상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미스터리 서클, 그러니까 곡물 밭에 나타는 이런 무늬는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테그라K1을 미스터리 서클로 표현한 건 엔비디아가 이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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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2배·PS3 1.5배 빠른 모바일 프로세서=테그라K1은 앞서 설명했듯 192개에 이르는 코어를 따로 작동하게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케플러(Kepler)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삼는다. 케플러 아키텍처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것으로 테슬라나 쿼드로, 지포스 등에 들어간 기본 골격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슈퍼컴퓨터 가속에도 쓰이던 아키텍처를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엔비디아 CEO 젠슨황은 CES2014 기간 중 테그라K1을 소개하면서 “지포스의 심장과 테슬라의 영혼을 모바일 컴퓨팅으로 옮겨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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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테슬라K1을 코드명 로건(Logan)으로 불러왔다. 엔비디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작은 모바일 프로세서는 지포스 타이탄과 같은 성능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구현해낸다. 고성능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3보다 그래픽 성능이 1.5배나 높다.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경쟁 중인 최신 모델인 엑스박스 원이나 플레이스테이션4와 동급 그래픽 성능을 낸다는 설명이다. 애플 A7 프로세서보다는 2배나 빠르다.

얼굴 인식이나 증강현실 등을 그림자 효과 등 갖은 그래픽 효과를 곁들여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하지만 전력소비량은 애플 아이패드4와 견주면 3분의 1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빠른 그래픽 성능을 뽐내려는 듯 CES2014 당시 테그라K1을 발표하면서 세계 3대 게임엔진으로 꼽히는 에픽게임스의 언리얼엔진4를 이용해 데모를 시연하기도 했다. 테그라K1은 실제로 다이렉트X12와 오픈GL 4.4, 오픈GL ES 3.1, 테셀레이션(Tessellation) 등 게이밍 관련 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언리얼엔진4 지원은 모바일 게임에서의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동일 엔진을 사용하게 되면 PC나 콘솔용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이식하는 시간이 훨씬 빨라진다. 엔비디아 설명에 따르면 GTA 같은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이식하는 데 걸린 시간은 8년이나 걸렸지만 트라인2(Trine2)는 6개월 만에 PC용에서 모바일용 이식을 끝냈다.

모바일이나 데스크톱, 콘솔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같은 엔진 기반이라면 플랫폼 관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에픽게임스 CEO 팀 스위니(Tim Sweeney)는 “PC나 콘솔에서 실행하는 어떤 게임이든 테그라 기반 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면서 “플랫폼 간 경계가 사라진 셈”이라고 밝혔다. 테그라K1의 노림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구글 탱고 태블릿도 ‘테그라K1 인사이드’=테그라K1을 처음 장착한 제품은 지난 5월 16일 중국 제조사 샤오미가 발표해 화제를 모은 미패드(Mipad)다. 이 제품은 7.9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 평범하게 느낄 수 있지만 테그라K1 2.2GHz를 얹었고 램 2GB, 해상도는 2048×1536, 326ppi를 지원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썼다. 배터리 용량도 6,700mAh여서 동영상 기준으로 11시간이나 연속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은 16GB 기준 1,499위안(한화 25만원대)에 불과하다.

지난 6월 3∼7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기간 중 미패드를 직접 써볼 수 있었다. 이 제품은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고 조작버튼 등 최소한의 장치를 빼곤 군더더기도 없다. 하지만 이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각종 그래픽 효과를 곁들여 아바타 얼굴을 실시간으로 세세한 움직임까지 태블릿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그래픽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마치 PC나 콘솔 게임에서나 볼 수 있던 디테일을 표현해낸다.

테그라K1이 들어갈 또 다른 빅보이는 바로 구글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탱고(Project Tango) 태블릿이다. 프로젝트 탱고는 3D 카메라와 센서 등을 탑재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간과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게 하려는 프로젝트다.

구글이 선보일 예정인 일명 탱고 태블릿은 테그라K1을 탑재한다. 램 4GB, 롬 128GB 외에 본체 앞쪽에 120도 광각 카메라, 뒷면에 400만 화소 카메라 2대를 달았고 모션 추적 카메라, 적외선 심도 센서와 대상물의 3D 이미지를 잡아주는 소프트웨어 등을 갖춘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탱고는 3D 측정을 초당 25만 회 이상 진행하면서 위치와 방향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한다.

탱고 태블릿은 이런 온갖 센서를 이용해 게임이나 실내 내비게이션 등 다방면에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블릿으로 실시간 3D 모델링 시대를 여는 것이다. 구글은 이런 프로젝트 탱고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사람 수준으로 공간을 인지할 수 있게 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 엔비디아 “연말에 64비트 테그라 내놓겠다”=엔비디아는 테그라K1을 다방면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테그라K1을 이용한 자동차 솔루션을 발표해 보행자를 발견하거나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하고 탈선 경고와 교통 신호 인식 같은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 기간 중에는 테그라K1을 기반 삼아 만든 모바일 슈퍼컴퓨터 개발자 키트인 젯슨TK1(Jectson TK1)도 공개했다. 젠슨황 CEO는 당시 이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모바일 슈퍼컴퓨터”라고 강조했다. 젯슨 TK1은 326기가플롭스에 이르는 연산 능력을 갖췄고 초당 3,260억 번 부동소수점 연산을 처리해낸다.

엔비디아 젠슨황 CEO는 테그라K1을 소개하면서 “지포스의 심장과 테슬라의 영혼을 모바일 컴퓨팅으로 옮겨왔다”며 PC와 콘솔, 모바일의 플랫폼 경계를 허물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테그라K1은 32비트와 64비트 2가지로 선보인다. 먼저 선보일 예정인 32비트 버전은 기존 테그라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4+1 구조를 취한다. 그러니까 ARM 코어텍스 A15를 기반으로 한 쿼드코어에 보조 프로세서 하나를 더한 것.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엔 쿼드코어를 쓰지만 간단한 작업은 보조 프로세서가 처리하는 식으로 전력 효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올 연말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64비트 버전은 코드명 덴버(Denver)로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ARM 코어텍스 A57을 기반으로 삼는다. 구조는 보조 프로세서를 활용하던 기존 테그라 시리즈와 달리 듀얼코어만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성능은 테그라K1보다 훨씬 빨라진다. 테그라K1 32비트가 한 번에 명령어셋 3개를 실행할 수 있다면 덴버는 이를 7개까지 한꺼번에 실행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테그라K1은 모바일 컴퓨팅이 PC 컴퓨팅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 기자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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