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기반 닦은 e스포츠, 프로 스포츠로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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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마케팅 수단에 머물던 e스포츠가 자체 수익 구조를 가진 프로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팀이나 개인 대결로 충분한 운영 자금이 나온다는 말이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발돋움하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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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e스포츠는 자체 수입으로 운영이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도타2 디인터네셔널 경기장 모습. 관람객이 경기장 전체를 입추의 여지 없이 채웠다.

내달 중순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디 인터내셔널’ 상금 규모는 100억원을 돌파했다. 디 인터내셔널은 넥슨이 서비스하는 ‘도타2’ 게임 대회다.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 유럽, 북미 대표 팀이 모여 세계 최고를 겨룬다.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상금이 온라인 관람권 판매와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9.99달러에 온라인관람권을 판매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중 25%를 리그 운영과 상금에 투자한다. 지난해 상금은 30억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관람권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3배 이상 늘어났다.

100억원이면 여느 프로 스포츠와 견줘도 손색없는 규모다. 골프 대회 중 가장 상금이 많은 마스터스가 100억원 정도다.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이나 PGA챔피언십은 그 이하다. e스포츠가 골프보다 상금이 많은 셈이다. 테니스는 좀 더 많다. 지난 주말 우승자를 가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총 상금은 348억원이다.

팀 우승 상금도 상당하다. 지난해 세계 대회 우승팀인 유럽 ‘얼라이언스’의 경우 17억원 이상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유럽 팀 ‘나비’는 구성원 5명이 각종 리그에서 상금으로 벌어들인 돈이 연간 5~6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세계 도타2 리그 20위권에 속한 한국팀 MVP피닉스는 기업 후원 없이 상금만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총 4개 리그 중 상위권에 속하는 팀은 평균 1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관람객 수입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다.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대회는 오프라인 좌석 판매가 주 수입원이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롤드컵 우승상금은 10억원을 웃돌았다. 결승전 1만1000석은 모두 매진됐다. 100달러였던 티켓 값은 오픈마켓에서 9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5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올스타전 경기는 국내에서만 최다 동시접속자수 75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의 경기에 등판했을 때 네이버 스포츠 플랫폼에서 최다 동접자수 70만명을 기록한 것보다 많다.

‘스타크래프트’가 일으킨 e스포츠 열풍이 1세대라면 도타2와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는 2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기업 후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생존할 수 있는 프로 e스포츠 산업이 성장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박성민 넥슨 도타2 실장은 “개발사는 꾸준히 콘텐츠와 리그를 개발하고 선수들은 국가대표를 목표로 세계 대회 우승에 도전해야 장기적으로 독자 생존이 가능하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e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프로 스포츠 대회와 디 인터내셔널 상금 비교>

주요 프로 스포츠 대회와 디 인터내셔널 상금 비교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