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22>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체계를 말한다. 사물이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모든 정보가 인간에 의존하지 않고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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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스털링의 ‘스파임’ 개념도.

이 용어는 1999년 MIT 오토아디이센터 공동설립자이자 소장인 케빈 애시턴(Kevin Ashton)이 RFID나 기타 센서를 사물에 심고, 이런 사물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할 때 구현된다고 예상하면서 고안한 말이다.

사물인터넷은 1980년대 말 제록스 PARC의 마크 와이저가 고안하고 주창한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유사하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은 인터넷망을 이용하고 인간의 개입 없이도 사물과 사물 사이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비쿼터스 컴퓨팅보다 진화한 개념이다. 사물인터넷이 가능하려면 인터넷 망과 같은 통신 하부구조, 센싱, 그리고 이용자 인터페이스 기술 등이 필요하다.

현재 사물인터넷은 테크놀로지 개발의 최첨단 화두가 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자동자 등은 물론이고 나이키 퓨얼밴드나 핏비트에서 보듯 심장박동이나 걸음걸이 등 인간 육체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 스마트폰으로 전해주는 장치는 이미 일상화되고 있다. 미국 디즈니 공원은 미키마우스와 같은 인형에 센서를 달아 공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 활용하고 있다.

시스코는 2020년에 이르면 세계적으로 370억 개의 사물이 인터넷에 의해 연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든 사물이 연결될 것이라는 보는 것이다. 사물이 연결된다는 것은 사물의 속성과 활용에 관한 정보가 측정, 수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현실과 가상, 물리적 세계와 정보 세계를 포괄하는 ‘초연결사회’가 되는 것이다.

사이버펑크 소설가인 브루스 스터링(Bruce Sterling)은 2005년 그의 책 ‘사물의 구성’에서 이렇게 연결되는 장치를 ‘스파임(spime)’이라 부른다. 영어 space와 time을 결합한 신조어인 스파임은 시간과 공간에 걸쳐 사물을 추적할 수 있는 현실/가상 장치로 정의된다. 스파임은 사물의 생산과정은 물론 활용, 폐기, 재활용 등 말 그대로 사물의 모든 것을 측정한다. 그는 스파임이 검색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동차 키를 어디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스파임은 사물의 생명이 끝나더라도 다른 사물에 옮겨져 계속 활용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이를 스터링은 이른바 사물의 ‘메타 히스토리’가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사물인터넷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의 정보가 우선이다. 즉 사물인터넷 시대는 사물이 우리의 일차적인 현실이 아니라 데이터 또는 정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터링은 이런 점에서 정보를 물질로 구현해주는 3D 프린팅 기술이 스파임을 구성하는 주요 기술이 된다고 본다. 스파임만 있으면 하나의 물리적 사물은 삶을 다하더라도 다른 사물에 그대로 재현되어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사물의 정보가 살아 움직인다는 점에서 사물인터넷은 ‘물신론(hylozoism)’의 기술적 구현물이다. 사물인터넷은 인간 역사에서 종교,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공명해온 물신론적 욕망의 또 다른 공명이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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