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과 상용화 움직임이 빠르다. 미국은 구글이 주도한다. 2009년부터 시작한 시험 주행이 이미 70만마일을 넘었다. 사고를 낸 적도 없다. 네바다, 플로리다, 미시간에 이어 캘리포니아주도 오는 9월 이후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운행을 허가했다. 다른 13개 주도 허가를 검토 중이다. 구글이 2017년께 잡은 상용화 일정이 순조롭다.
자동차 회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BMW를 비롯해 아우디, 볼보, 도요타, 닛산, GM 등 유럽, 일본,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시험 주행을 거쳐 상용화를 앞당기려 애를 쓴다. 현대·기아차도 이들에게 뒤질세라 개발한다. 그러나 외국 경쟁사에 없는 걸림돌이 있다. 시험을 위한 일반도로 운행을 아예 할 수가 없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이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막았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뜻밖의 사고 발생으로 인한 책임 소재도 분명히 가려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고자 외국 정부는 안전기준을 만들고, 법과 제도를 보완한다. 미국 4개 주 차량국(DMV)도 이 검토를 거쳐 운행을 허가했다. 다른 것보다 안전과 책임 소재에 신중하다는 미국 정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다. 우리 정부는 도대체 뭘 망설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 시험을 다른 나라에 가서 해야 할 지경이다. 시험과 보완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 손실이 막대하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기술 역량이 모자라다면 모를까 규제로 인해 이렇게 된다면 한심한 일이다. 정부가 혹시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로 불거질 문책을 걱정해 늑장을 부린다면 책임 방기다.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지 모른다면 무능이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한 산물이다. 세계적인 자동차와 ICT업체를 보유한 우리나라가 이를 선도해도 모자랄 판에 법·제도 덫에 걸려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다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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