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매각 작업 안갯속, 투자도 안갯속

신규설비요원 '중장기경쟁력' 약화

동부하이텍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늦어지면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마저 뒷걸음질치고 있다.

매각 작업이 지연되는 사이 자칫 기업 본연의 경쟁력마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유력 후보군으로 꼽혔던 현대·LG·SK 모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외 기업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말 매각 안내서 발송 이후 두 달 넘게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부하이텍 매각 방침이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반년 넘게 기업이 사실상 동면 상태에 빠져 있는 셈이다.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악화와 지금의 매각 작업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기업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R&D와 설비 투자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동부하이텍의 R&D 비용은 지난 2011년 744억원에서 지난해 577억원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올해 R&D 투자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투자 역시 기존 생산시설 개·보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지난 수년간은 나빠진 재무여건 탓에, 최근에는 매각 변수로 신규 설비투자는 검토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570억원 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세웠으나 실투자는 360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전년 계획 대비 30%가량 줄어든 394억원 규모로 투자 계획을 설정했으나 이마저도 실현이 불투명하다. 동부하이텍의 1분기 투자는 올해 연간 계획의 12% 수준인 50억원에 머물렀다.

보완 투자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생산라인 신설이나 증설은 요원한 상황이다. 동부하이텍은 300㎜가 아닌 200㎜ 웨이퍼 라인만 갖고 있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300㎜로의 전환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여력이 없다.

회사는 현재 월 9만6000장(웨이퍼 기준) 규모인 생산능력을 올해 10만장, 내년 11만장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신설이 아닌 기존 설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보완 투자 외에 신규 설비 투자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동부하이텍은 이미 오랜 기간 신규 투자가 없어 부가가치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회사 환경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위:억원 / ※자료:사업보고서(괄호 안은 전년도 사업보고서에서 예고된 해당 연도 설비투자계획)>

단위:억원 / ※자료:사업보고서(괄호 안은 전년도 사업보고서에서 예고된 해당 연도 설비투자계획)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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