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은 사실상 유일한 국내 파운드리 전문 업체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파운드리’하면 따라오는 게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다.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과 시장 현실을 고려해 동부하이텍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게 중론이다.
실제 동부하이텍 해외 매각설이 퍼지자 팹리스 몇 곳은 공동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팹리스 업체가 힘을 모아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는 것도 고려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동부하이텍 부채까지 청산하며 인수할 여력이 안돼 포기했다”고 전했다.
업계는 동부하이텍 해외 매각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파운드리 업체가 많을수록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지만 국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는 동부하이텍·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세 곳 뿐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미국 투자 업체 애비뉴캐피털 소유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팹리스·파운드리가 동반성장해야 발전한다”면서 “동부하이텍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면 팹리스 업체로서는 가격 협상 측면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양산 경쟁력도 문제다. 반도체 산업은 팹이 가까울수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팹리스 다수가 국내 파운드리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업계는 그나마 맘 편히 거래할 수 있는 곳이 동부하이텍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부하이텍의 기술력을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에 대한 반론도 있다.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지식재산(IP)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팹리스 업체 A사 대표는 “동부하이텍은 시스템반도체 생산 경험이 풍부해 관련 공정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일단 정부가 나서서 동부하이텍을 살리는 게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차제에 분리 매각 등의 방법으로 동부하이텍을 100% 파운드리 전문업체(Pure-Foundry)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부하이텍도 사업 규모는 크지 않으나 파운드리외에 자체 제품군을 개발해 독자 브랜드 사업을 영위한다.
팹리스 업체로서는 자사 제품군과 사업 영역이 겹치는 파운드리에 물량을 맡기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내 팹리스 중에는 다소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해외 전문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는 곳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이 이번 매각 과정을 계기로 순수 파운드리 사업에 전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하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