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불확실하다면 상황 자체를 협상하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미래에 대한 다른 예측을 협상에 활용하라!계속된 매출 정체에 노심초사하던 A사장은 고민 끝에 컨설팅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컨설팅사는 몇 주간 조사 끝에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가 제안하는 프로세스를 2년만 따르면 매출이 30% 이상, 즉 300억원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입니다. 이를 위한 컨설팅 비용은 10억원입니다.” 매출이 300억원 이상 늘어난다니, A사장은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컨설팅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도 생긴다. 비싼 컨설팅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방법은 없을까?
상대는 만만치 않은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지만, A사장으로서는 회사 사정도 빡빡한데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거액을 투자하기가 부담스럽다. 이 상황에서 양측의 요구에 차이가 나는 것은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이 다르기 때문이다. 컨설팅사는 ‘우리 말만 잘 들으면 매출이 300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어. 그러니까 10억원 정도는 투자하는 게 당연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사장은 ‘컨설팅사는 항상 낙관적인 미래만 얘기하지. 매출이 정말 그렇게 늘어난다는 것을 어떻게 믿지?’라고 의문을 단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예측이 서로 다를 때, 협상에서는 ‘창의적 상황조건’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 상황에 대해 누가 맞는지를 따지지 말고 상황 자체를 협상에 활용하라는 뜻이다.
북한 방북으로 화제를 모았던 전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맨은 NBA 7년 연속 리바운드 왕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선수였다. 능력으로만 봤을 때는 모든 팀이 로드맨을 스카우트할 정도의 최고의 기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코트의 악동’으로 불릴 만큼 다혈질적인 성격이었다. 욱하는 성격 탓에 경기 중 상대 선수는 물론이고 심판과도 매번 시비가 붙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툭 하면 연습에 불참했고, 심지어 경기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태도에 구단주는 애를 태웠다.
그러던 1997년. 연봉협상 기간에 로드맨의 소속팀 시카고 불스의 구단주가 로드맨과 마주 앉았다. 로드맨은 어깨에 잔뜩 힘을 준채 9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요구했다. 구단주는 로드맨이 실력만 발휘한다면 그 정도는 아깝지 않았지만, 그가 말썽부리지 않고 경기에 전력을 다하도록 하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구단주는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연봉은 450만달러. 단, 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출장하면 100만달러, 리바운드 왕을 따낼 때는 50만달러, 60경기 이상 뛰면 경기당 18만5000달러를 주겠다.” 그 상황 자체를 협상 조건에 넣은 것이다. 이 조건대로 계약한 97~98시즌 중 로드맨의 성적은 어땠을까. 리바운드 왕 타이틀을 따낸 것은 물론이고 전체 82경기 중 부상으로 빠진 2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그 덕분에 로드맨은 자신이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은 101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고, 소속팀인 시카고 불스는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바로 이것이 창의적 상황조건을 활용한 협상의 힘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 상황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대신에 협상조건에 ‘상황조건’을 넣어버리는 것이다. 이를 A사장의 문제 상황에 대입해보자.
“초기 비용으로 통상적인 컨설턴트의 인건비 수준인 4억원만 먼저 주겠다. 2년 후에 약속한 대로 매출이 300억원 이상 늘어나면, 나머지 6억원이 아닌 8억원을 주겠다. 단, 목표달성을 못하면 초기에 지급했던 4억원 중 2억원은 돌려달라.” 이 조건대로라면 매출을 300억원 이상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컨설팅사는 애초에 원했던 10억원보다 많은 12억원을 벌 수 있는 기회다. A사장 역시 컬설팅사에 대한 의구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컨설팅 회사가 추가 금액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협상 상황에서 양측의 요구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이 다르기 때문이다. 협상 상대와 미래에 대해 다른 예측을 하며 갈등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상황 자체를 협상에 넣는 ‘창의적 상황조건’을 활용해 양측 모두 만족하는 협상을 만들어 보자.
공동기획: 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