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구성하기로 한 협의체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이 출범한데다 정부부처 간 적지 않은 인식 차이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구성하기로 의결한 ‘기술무역 협의체(가칭)’ 회의가 올해 초 두 번 개최된 뒤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2월 초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참석하는 회의가 한 차례 있었고, 3월 말 회의 때는 미래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산업기술진흥협회·한국무역협회 등 유관 기관만 모였다.
기술무역협의체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것은 당장 회의를 열어도 다룰 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방침과 목표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 기술 수출과 도입 간 균형은 어느 정도로 맞출지, 수지 개선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부처 간 인식 차이도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기관 관계자는 “부처에 따라 기술무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며 “부처 업무와 기술무역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협의체를 주도하는 미래부는 당분간 운영을 미루기로 했다. 이런 식이라면 모여도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래부는 올 연말까지 산업 현장 의견을 수렴해 과제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부처 간 역할도 발굴해낼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5회 국과심에서 기술무역이 상품·서비스 무역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범부처 민관 협의체 구성을 의결했다. 협의체에는 기술무역 외에도 중소기업 기술개발, 공적개발원조(ODA), 개발도상국 과학기술 협력 등을 맡겼다. 부처와 기관들의 전문성이 반영되고 유기적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 국과심에서는 2020년까지 기술무역 수지비를 0.7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지난해 조사된 우리나라 기술무역 수지비는 2012년 기준 0.48로 OECD 국가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했다. 10개 기술을 수입할 때 5개 기술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