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자살특공대` NK세포 스위치 발견

우리 몸 속에 ‘킬러’가 산다. 암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NK(Natural Killer)세포 얘기다. 면역체계 최전방을 방어하는 세포로, 백혈구의 림프구 속에 존재하다. 각종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기능 때문에 ‘자살특공대’로 불리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 등 난치성 질병, 다른 면역세포 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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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실험 결과, miR-150이 제거된 NK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더 효과적으로 흑색종양 증식, 전이를 막았다.

주무기는 ‘퍼포린’이라는 단백질이다. NK세포는 암세포나 감염 세포를 죽일 때 우선 퍼포린을 분비해 세포막에 구멍을 낸다. 그런 다음 구멍 속으로 ‘그렌자임’이라는 효소를 넣어 세포를 녹여버린다. 퍼포린으로 공격의 포문을 여는 셈이다.

하지만 평상시 NK세포 내에는 퍼포린 단백질이 아닌, 이를 만들 수 있는 마이크로RNA가 존재한다. 그러다 공격을 시작하면 단백질 발현이 급증해 비로소 무기로 변한다. NK세포 내에서 퍼포린 단백질이 생성되는 이 과정과 원리는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이 이 비밀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팀과 미국 워싱턴대 그린버그 박사팀은 NK세포·퍼포린 단백질 활성을 저해하는 마이크로RNA를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지(JACI) 4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진이 발견한 마이크로RNA ‘miR-150’은 퍼포린 발현을 억제한다. 실험 쥐를 대상으로 miR-150을 제거하자 NK세포가 정상보다 월등히 높은 퍼포린 발현을 보였다. 세포 독성, 즉 NK세포의 공격력도 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miR-150을 인위적으로 늘린 사람과 쥐의 NK세포에서는 퍼포린 발현과 세포 독성이 모두 낮아졌다.

마이크로RNA가 면역세포 발생과 활성을 조절한다는 보고는 많았지만, 특정 마이크로RNA를 찾아내 NK세포의 무장화 단계를 직접 설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항암·알레르기 치료제로 발전 가능한 NK세포의 주요 조절 인자를 발견했다는 평가다. 통제 기술이 진화하면 새로운 세포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 면역세포 활성 정도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발견한 만큼, 면역 체계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에도 응용할 수 있다.

최 박사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NK세포 같은 면역세포 활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NK세포뿐 아니라 T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체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miR-150을 통제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NK세포 스위치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안전하게 켜고 끌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 셈이다. miR-150 외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인자가 발견될 여지도 남아 있다. 연구팀은 임상 단계 시도와 속도에 따라 실용화 시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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