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자동차 산업, 이기주의의 덫에 빠졌다

#지난해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의 총 수출액은 746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3.3%를 차지했다. 수출 규모에서 반도체(571억달러)와 석유제품(527억달러)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해외로 수출되는 부품 대부분이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에서 조립돼 완성차로 현지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실질 생산 및 부가가치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5위 업체를 보유하고, 자국 생산 규모도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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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자동차 관련 정책 혼선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자동차 산업을 성숙 산업이자 규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 전반에 굳어졌기 때문이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기술 개발은 국가 차원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여기에 부처 이기주의를 앞세운 부처 간 칸막이 및 주도권 다툼도 여전하다. 문제는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등 차세대 자동차 기술 혁신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진화와 함께 사회·문화적 변화까지 긴 안목으로 내다보고 자동차 관련 법규와 제도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커지는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

각종 산업 지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일로다. 그만큼 산업으로서의 중요성도 커졌다. 2012년 기준으로 자동차 업체 수는 총 3869개로 전체 제조업체(6만3907개) 가운데 6%를 차지한다. 하지만 생산액, 출하액, 부가가치 및 수출액은 모두 10%를 넘는다. 이 같은 추이는 2000년대 들어 더욱 고착화되는 추세다. 자동차가 반도체, 석유제품 등과 함께 대표적인 주력 산업이자 국가 먹거리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동시에 규제의 총량도 함께 늘어났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환경 및 안전 규제가 강화된 측면이 크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대표적인 규제 기관으로 자동차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명박정부 당시 이산화탄소 저감에 초점을 맞춘 녹색성장 정책 기조가 현 정부 들어 산업계의 현실과 충돌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배출가스 총량 규제 및 평균 연비 규제 등과 맞물려 자동차 배기가스 부문에서만 이중·삼중의 규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독일, 일본 등 경쟁국들이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와중에 완성차 및 부품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 지원 등 산업 육성 정책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올해 산업부의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 자동차 부문의 신규 지원 예산이 전무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이는 정부 자금이 결국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현대·기아차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반(反)대기업 정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완성차에 적용할 수 없는 기술 개발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완성차 업체의 참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위재경 숭실대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소형차 해외 판매 확대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췄지만, 핵심 플랫폼 및 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갈수록 중요해지는 기능안전, 소프트웨어, 전장 부품 등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도 부족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얽히고 설킨 자동차 유관 부처

기술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자동차 산업 유관 부처의 역학관계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전기·전자 및 ICT 융합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스마트카 분야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자율주행을 비롯해 차량대차량(V2V), 차량대인프라(V2I) 통신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주파수 정책을 관장하는 미래부의 이해와 협조가 시급한 배경이다.

또 차세대 스마트카 관련 서비스 및 콘텐츠 산업 육성에는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자동차 보험 규제(금융위원회)와 각종 세제 정비(기재부, 안전행정부), 노동 정책(고용노동부) 및 미래 인재 양성(교육부)까지 포함하면 자동차 산업과 연관되지 않은 중앙 부처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부처 간 영역과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다 보니 부처 이기주의와 주도권 다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 튜닝 육성, 배출가스 규제 논란과 같은 최근의 갈등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정책 혼선에 따른 국력 낭비와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를 방지할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기술의 융·복합화와 신기술의 출현으로 단일 부처 역할만으로는 정책 추진이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며 “기술 개발과 관련 법 제도 정비를 포함한 국가 자동차 산업 정책 전반을 조율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범정부 차원의 상설기구를 설립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규제, 소비자 주권 확립 및 피해 방지

=금융위원회 : 자동차 보험 관련 규제

=기획재정부 : 서비스 산업 육성, 자동차 등 국가 연구개발 자금 심의, 친환경차 보급 지원 및 자동차 관련 국세(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관장

=미래창조과학부 : 주파수 관리 등 ICT 융합 스마트카 관련 기술 규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안전행정부 : 자동차 관련 지방세(등록세, 취득세, 자동차세, 교육세, 주행세 등) 전반 관장

=산업통상자원부 : 완성차·부품 연구개발 및 산업 육성 전반, 통상정책, 연비 사전 인증 등

=환경부 : 온실가스 및 배출가스 규제, 친환경차 보급 지원, 재활용 관련 규제

=고용노동부 :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및 정년 연장 등 노동 정책 전반

=국토교통부 : 리콜, 튜닝 등 안전 관련 규제 전반, ITS 등 첨단 도로 환경 개발, 연비 사후 규제 등

(자료:업계)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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