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웨어러블 기기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웨어러블 기기는 꽤 오래전부터 많은 시도가 이뤄져 왔지만 일상생활에서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대중이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특히 스마트폰과 연계할 수 있는 밴드형 제품은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보니 찾는 이가 느는 추세다. 관련 제품을 만드는 업체도 다양해졌으며 국내에도 이미 여럿 나와 있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네 종의 스마트 밴드를 직접 구해 사용해 봤다.
◇조본 ‘업24’ (별점 3.5점, ★★★☆)
스마트 밴드는 보통 피트니스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런 탓에 ‘피트니스 웨어러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조본은 일찌감치 이 분야에 진출해 제품을 만들어 오고 있다. 제품 이름은 ‘업(UP)’으로 최근 3세대 격인 ‘업24’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업24의 가장 큰 특징은 블루투스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은 블루투스가 없어 스마트폰의 이어폰 잭에 직접 꽂아 데이터를 전송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전용 앱이 백그라운드로 작동해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데이터를 가져온다.
밴드 형태 제품이지만 업24는 길이를 조절할 수 없다. 고정된 크기만 제공된다. 스몰, 미디움, 라지의 세 가지 크기가 있으며 구매 시 자신의 손목 크기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정된 형태인 탓에 다른 제품과 외형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지만 불편함도 있다. 사용한 제품의 크기는 미디움으로 손목에 딱 맞아 약간 답답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만큼 방수 기능도 품고 있다. 정확한 방수 등급은 밝히지 않지만 샤워할 때 착용해도 괜찮은 수준이다. 직접 샤워 시 착용해봤는데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업24는 기본적으로 걸음 수를 측정해 이를 토대로 이동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 등을 파악해 준다. 여기에 조깅, 근력 운동 등의 활동을 별도로 기록할 수 있으며 수면 패턴도 파악해 준다. 취침 시간, 기상 시간, 깊은 잠, 선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알람 기능, 비활동 경고, 음식 기록 등을 할 수 있다.
제품의 한쪽 끝에는 충전할 수 있는 잭이, 반대쪽에는 버튼이 달려 있다. 버튼을 한 번 꾹 누르면 수면 모드로, 짧게 한 번 후 이어 길게 한 번을 누르면 스톱워치로 전환된다. 스톱워치에서는 걸음걸이가 측정되지 않으며 근력 등의 운동 활동을 수집하게 된다. 일일이 전용 앱을 통하지 않고 기능 전환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기록된 데이터를 확인할 방법은 스마트폰에 설치한 전용 앱에서만 할 수 있다. 데이터는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바꾸더라도 기존 자료를 확인하는 데 문제없다. 충전은 함께 제공되는 충전 케이블을 사용해야 한다. 완충에 30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사용 시간은 일주일을 훌쩍 넘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출고가는 21만4000원이다. 총 네 가지 색상이 있지만, 국내에는 오닉스(Onyx)와 퍼시몬(Persimmon)만 판매된다.
◇삼성전자 ‘기어 핏’ (별점 3점, ★★★)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와치인 ‘갤럭시 기어’로 처음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4년 ‘갤럭시 S5’와 함께 후속 웨어러블 기기를 공개한다. 바로 ‘기어2’와 ‘기어 핏’이 그 주인공이다. 기어2 계열이 시계형 제품이라면 기어 핏은 밴드형 제품이다.
기어 핏은 사용해본 제품 중 유일하게 디스플레이를 지니고 있다. 크기는 1.84인치로 휘어지는 패널을 사용한다. 슈퍼 AM OLED 디스플레이를 쓰는데 제법 좋은 화질을 보여준다. 제품 구성은 본체와 스트랩으로 이뤄진다. 스트랩은 따로 교체할 수 있다. 블랙, 오렌지, 모카 그레이드 총 세 가지 색상의 스트랩이 준비돼 있고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스트랩을 출시할 계획이다.
성능만 따지면 네 종의 스마트 밴드 중 기어 핏이 가장 강력하다. 일단 시계 대용으로 쓰기에도 문제없다. 시계가 불편한 이도 기어 핏은 훨씬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알림을 모두 확인할 수도 있다.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등 다양한 알림을 화면에 띄워준다.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도 전화나 문자를 놓치지 않게 해준다.
심박 측정 센서가 내장돼 있어 심박 수 측정도 할 수 있다. 단순한 심박 수 측정만이라면 자주 쓰지 않는 기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운동 시 실시간 심박 측정 기능이 있어 이를 이용해 운동 속도를 조절하게 해주는 기능이 제공된다. 마치 개인 트레이너처럼 기어 핏을 활용할 수 있다.
장점과 함께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면 이용할 수 없다. 타사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쓴다면 기어 핏 사용은 포기해야 한다. 갤럭시 시리즈 또한 모든 제품을 지원하지 않으니 이 또한 구매하기 전 확인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어 핏의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S헬스’는 타제품의 앱과 비교하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다소 촌스럽다. 메뉴만 덕지덕지 많아 보일 뿐 쓸수록 불편함만 느껴진다. 기어 핏 제품 자체는 나무랄 데가 거의 없이 괜찮은 편이지만 별점이 낮은 건 이 때문이다. 스마트 밴드는 제품 자체로만 쓰는 물건이 아니다.
사용 시간은 평균 4일 정도다. 디스플레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지만 조금 더 길었으면 싶다. 출고가는 24만2000원이다. 네 종의 제품 중 가장 비싸다.
◇소니 ‘스마트 밴드 SWR10’ (별점 2.5점, ★★☆)
소니는 스마트와치로 일찌감치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해 처음 밴드형 제품을 내놨다. 이름은 ‘스마트밴드 SWR10’이다. 스마트폰은 ‘엑스페리아’라는 브랜드를 쓰면서 왜 스마트 밴드에는 별도의 브랜드명을 안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든다.
이 제품은 본체인 코어와 밴드로 구성된다. 코어를 밴드에 삽입해 팔목에 차는 형태다. 기어 핏처럼 밴드만 바꿀 수 있다. 세 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클래식, 액티브, 패션 등 별도의 밴드를 판매하며 국내 액세서리 업체인 제닉스도 관련 제품을 내놓는다.
기본 구성품에는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블랙 밴드가 제공된다. 사용자는 처음 구매 시 밴드 색상을 선택할 수 없다. 밴드 자체는 무척 단순한 형태로 딱히 예뻐 보이지 않는데 블랙은 착용하면 할수록 볼품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마치 다른 밴드를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듯 싶다. 소니가 직접 내놓은 세 가지 색상의 밴드 가격은 3만6000원으로 개당 1만2000원 꼴이다. 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어 핏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는 데 비해 SWR10은 안드로이드 4.4 이상, 블루투스 4.0 L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면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다.
스마트 밴드가 대부분 피트니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소니는 일상의 기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 밴드에 저장되는 데이터는 전용 앱인 ‘라이프로그(Lifelog)’에 기록된다. 라이프로그에는 다양한 내용이 기록된다. 문자를 주고받은 기록부터 시작해 사진 촬영, 음악 및 영화 감상, 게임, 독서, 인터넷 등 스마트폰 사용 내용 대부분을 시간별로 기록해 준다. 각 기록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중요 이벤트는 북마크로 관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상의 기록, 과연 필요할까. 단순히 시간만 기록되다 보니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그저 과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의 기록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다소 불편하다 보니 북마크를 해놓지 않으면 그저 의미 없는 시간의 연속일 뿐이다.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연결된 스마트폰의 알림을 진동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진동이 전부이다 보니 알림 구분은 안 된다. 출고가는 네 종 중 가장 저렴한 11만9000원이다.
◇핏비트 ‘플렉스’ (별점 3.5점, ★★★☆)
마지막으로 살펴볼 제품은 ‘핏비트 플렉스(Fitbit Flex)’다. 핏비트 플렉스는 소니 스마트 밴드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본체인 트래커와 밴드로 나뉘고 트래커의 크기는 소니보다 조금 더 작은 편이다. 밴드는 총 여덟 가지 색상이 있으며, 국내에는 다섯 가지 색상이 판매된다. 물론 구매 시 밴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밴드는 단품으로도 판매되는데 2만5000원으로 비싼 느낌이다. 트래커를 밴드에 삽입 후 손목에 착용하면 끝이다. 디자인이 끌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도 않다. 착용감은 좋은 편이다.
이 제품 또한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지만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은 PC와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무선 동기화 동글이 제공된다. 스마트폰은 전용 앱을 설치해 블루투스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PC는 무선 동기화 동글을 사용해 와이파이로 연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핏비트 플렉스를 쓸 수 있다. 기록된 데이터는 웹브라우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네 종의 스마트 밴드 중에선 유일하게 스마트 기기와 PC 모두를 지원한다. 제공하는 데이터는 다른 스마트 밴드와 거의 비슷하다. 걸음 수,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 수면 패턴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목표 몸무게 설정을 이용해 다이어트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다만 음식 데이터베이스가 영어 기반이라 국내에 맞지 않으며 칼로리 섭취량을 일일이 찾아 기입하기란 번거로운 일이다.
핏비트 플렉스에는 디스플레이가 없지만 LED를 제공한다. 하루 1만보를 목표로 세웠다면, 2천걸음씩 LED로 표기해 준다. LED 창을 두 번 톡톡 치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걸음 수는 앱에서 확인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면 진동과 함께 LED가 깜빡거린다. 수면 패턴 체크는 자기 전 LED 창을 2초간 여러 차례 두드리면 수면 모드로 전환된다. 평균 수면 시간, 뒤척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웹브라우저는 스마트폰 앱보다 데이터를 좀 더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또 앱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획득한 배지도 확인할 수 있다. 배지를 이용해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시스템인데 앱에서는 왜 배지 확인을 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
충전은 전용 USB 케이블을 사용해야 한다. 이 점은 조본 업과 비슷하다. 한 번 충전하면 일주일가량 쓸 수 있다. 가격은 13만 9000원으로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높지는 않다.